34년 소스 노하우 담은 파일럿 브랜드“한국식 소스 + 치킨 한 끼” 콘셉트간편식·소스·패키지 등 신사업 실적 가시화까지는 ‘옥석 가리기’ 단계
  • ▲ 판교 교촌 본사 1층에 오픈한 소싯 매장ⓒ최신혜 기자
    ▲ 판교 교촌 본사 1층에 오픈한 소싯 매장ⓒ최신혜 기자
    교촌에프앤비가 소스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또 한 번 신사업 도전에 나섰다. 델리 브랜드 ‘소싯(SAUCIT)’을 통해 34년간 치킨 프랜차이즈로 쌓아온 소스 노하우를 전면에 내세워 일상식 영역까지 접점을 넓히겠다는 시도다.

    지난 26일 판교 교촌에프앤비 본사 '소싯' 매장에서 만난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사업본부장은 “교촌의 정체성은 결국 소스에서 출발한다”며 “34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존 치킨 소비 문화를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식사 포맷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단순히 브랜드 하나를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촌의 미래 전략을 테스트하는 중요한 실험실”이라고 강조했다.

    브랜드명 '소싯'은 소스(SAUCE)와 't's KYOCHON Difference'를 결합해 "교촌이 만들면 소스부터 다르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동시에 'SAUCE+EAT'이라는 의미를 함께 부여해 '소스 중심의 메뉴'이라는 지향점을 한 단어에 압축했다.

    저녁에 집중돼 있던 교촌치킨의 기존 매출 구조를 점심, 이른 저녁 중심의 새로운 식사 시장으로 넓히고, 교촌식 소스와 치킨을 결합한 델리 특화 메뉴로 낮 시간대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 7종 딥앤딥 소스ⓒ최신혜 기자
    ▲ 7종 딥앤딥 소스ⓒ최신혜 기자
    매장의 첫 인상은 기존 치킨 프랜차이즈와 확연히 다르다. 교촌의 시그니처 컬러인 레드·간장·허니 톤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고, 매장 전체에 곡선 조형물을 배치해 ‘소스의 유연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임 본부장은 “저녁에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볍고 일상적인 캐주얼 델리 매장으로서의 친근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메뉴 개발에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렸다. 핵심은 치킨을 기반으로 한 델리식 한 끼를 소스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맛으로 구현하는 구조였다. 

    교촌식 버거와 샌드위치, 보울, 프라이드 등 3개 카테고리를 마련하고 시즈닝 3종과 드레싱 3종, 그리고 7가지 ‘딥앤딥 소스’를 조합해 최대 150가지 조합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했다.

    교촌은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에 '소스'를 두고, 소싯을 테스트베드 삼아 소스 중심 치킨 델리 포맷을 검증한 뒤 향후 브랜드 포트폴리오와 메뉴 전략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 ▲ 교촌식 버거ⓒ최신혜 기자
    ▲ 교촌식 버거ⓒ최신혜 기자
    소싯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연 7가지 딥앤딥 소스다. 고추장 크림, 청양고추 치미추리, 콰트로치즈퐁듀, 허니마요, 레드마요 등 한국식 소스와 글로벌 감각을 연결했다. 

    소스를 ‘추가 선택’이라는 수준을 넘어 메뉴의 중심 요소로 설정해 소비자가 조합의 재미를 느끼도록 한 설계다. 매장에는 코인을 넣으면 소스를 하나 더 뽑을 수 있는 ‘소스 자판기’도 배치됐다. 

    임 본부장은 “고객이 소스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소싯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음료 구성 역시 단일 재료 중심의 카페 음료 대신 복합 재료의 조합으로 균형감을 강조했다. 원두는 스페셜티 등급만 사용하는 협력사들과 공동 개발을 진행했으며, 매장 방문 시기마다 다른 원두를 경험할 수 있는 ‘탭 커피’도 준비하고 있다.
  • ▲ 완성된 메뉴는 서빙로봇이 무인 픽업 시스템으로 이송한다. ⓒ최신혜 기자
    ▲ 완성된 메뉴는 서빙로봇이 무인 픽업 시스템으로 이송한다. ⓒ최신혜 기자
    자동화 설비는 소싯의 핵심 운영 전략이다. 

    QR 주문 후 주방에서는 자동 튀김기와 성형, 기름 제거, 토출 장비가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며 조리하고, 완성된 메뉴는 서빙로봇이 무인 픽업 시스템으로 이송한다. 

    임 본부장은 “식음업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미래형 실험 공간으로 설계했다”며 조리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오픈 초기임에도 매장 방문객은 하루 150~200명 수준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오피스 상권 특성상 점심과 퇴근 시간대 수요가 집중되며, 배달도 하루 5~10건 정도 운영되고 있다. 임 본부장은 “12월 중 계절 메뉴인 스프 라인업을 추가하고, 자동화 소스 로봇 등은 효율 개선을 위한 추가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촌의 소싯 론칭은 포화된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시도의 연장선에 있다. 

    교촌은 그동안 간편식, 수제맥주, 소스 사업, 패키지 제품 등 사업 다각화를 지속해 왔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 ▲ 소싯 픽업 시 자동화 기기에 QR을 인식하면, 기기에서 주문한 메뉴가 나온다.ⓒ최신혜 기자
    ▲ 소싯 픽업 시 자동화 기기에 QR을 인식하면, 기기에서 주문한 메뉴가 나온다.ⓒ최신혜 기자
    이번 소싯은 교촌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소스 역량’을 중심에 두고 식사 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첫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소스 시장은 올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홈쿡·밀키트 성장에 힘입어 꾸준히 확대되는 중이다. 간편식 시장 역시 5조원대 규모로 성장해 프랜차이즈 기업의 신사업 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더본코리아 역시 지난해 소스를 미래 전략으로 삼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바 있어 관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소스 기반 사업이 단기간 실적을 만드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에서 소싯 역시 중장기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가격 경쟁력, 자동화 설비 투자 대비 수익성, 메뉴 다양성 등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내부 데이터 기반 실험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옥 내 매장에서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점은 향후 브랜드 확장 가능성을 열어놓은 시도라는 평가다. 

    임 본부장은 “고객 반응과 데이터를 모아 메뉴 포트폴리오를 더 다듬고, 소스 포맷을 교촌의 다양한 브랜드에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