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NCC 통합 논의 … 20년 만의 재결합 시도롯데케미칼 대산서 선제적 감축 … 정부 목표치 30% 덜어정부, 사업재편안 제출 압박 … 대주주 셰브런 동의 확보 관건
  • ▲ 전남 여수산단에 위차한 LG화학 NCC공장 전경.ⓒLG화학
    ▲ 전남 여수산단에 위차한 LG화학 NCC공장 전경.ⓒLG화학
    대산에서 롯데·현대케미칼의 첫 통합 사례가 나오자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재편 시계는 여수로 향하고 있다. 국내 에틸렌의 절반을 생산하는 최대 규모인 여수산단에서 어떤 조정안이 나오느냐가 산업 구조조정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 속 LG화학과 GS칼텍스가 20년 만의 '재결합'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여수산단을 찾아 연말까지 사업재편안을 제출하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2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여수 NCC 공장을 GS칼텍스에 매각하고, 양사가 합작사를 설립해 통합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연 208만 톤, GS칼텍스는 90만 톤 규모의 NCC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가 손을 잡을 경우 정유–화학 간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져 LG화학은 원료 구매 경쟁력과 비용 절감 효과를, GS칼텍스는 LG화학이라는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수산단에는 롯데케미칼과 여천NCC도 있지만, LG화학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파트너는 GS칼텍스뿐"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의 여수 공장은 산단 내에서 '담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다.

    LG와 GS의 협력 구상은 상징성도 크다. 두 회사는 20여 년 전까지 'LG칼텍스정유'라는 한 지붕 아래 함께 있었다. LG와 GS의 창업 모태는 현 LG화학(당시 락희화학공업)이다. 락희화학공업은 1967년 미국 석유기업 쉐브론의 자회사 칼텍스와 50대 50 합작으로 정유사 호남정유를 세웠고, 이후 사명을 LG칼텍스정유로 바꿨다. 2005년 LG그룹에서 정유 부문이 GS그룹으로 계열분리되면서 현재의 GS칼텍스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양사는 1947년부터 2005년까지 허씨(GS)·구씨(LG) 가문 3대가 50년 넘게 이어온 '모범적 동업'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번 정부의 석유화학재편 일환으로 양사가 합작회사를 세울 경우 20여 년 만에 다시 동업 관계를 맺게 되는 셈이다.
  • ▲ (왼쪽부터)구자은 LS 회장과 구본상 LIG 회장, 구광모 LG 회장, 허태수 GS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GS 창립 20주년 및 GS아트센터 개관 기념행사에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GS
    ▲ (왼쪽부터)구자은 LS 회장과 구본상 LIG 회장, 구광모 LG 회장, 허태수 GS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GS 창립 20주년 및 GS아트센터 개관 기념행사에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GS
    다만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NCC 가치 평가를 둘러싼 입장차가 있는 데다, GS칼텍스는 지분 50%를 보유한 대주주 셰브런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산업부 장관의 강한 압박을 고려하면 진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여수산단 내 여천NCC는 1·2·3공장을 보유한 가운데 지난 8월 3공장(47만 톤)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1·2공장에서 여전히 181만5000 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있어 감축 과제가 남아 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로, 3사 간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 관계자는 "3사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도 여수에서 NCC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산산단에서는 현대케미칼과 NCC 설비 일원화를 골자로한 공동사업재편계획을 제출했다. 이를 통해 최대 110만 톤 감축이 가능하다. 정부 감축 목표(270만~370만 톤)의 약 3분의 1을 이미 부담했다. 여천NCC와의 추가 통합 가능성도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감축 부담을 피하려는 기업들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정관 장관은 "대산이 재편의 포문을 열었다면 여수는 재편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기한 내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한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고, 향후 위기 상황에서는 각자도생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제출된 재편안의 구체성과 자구노력 여부 등을 검토해 승인 시점에 R&D 투자 로드맵 등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