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애플 M시리즈 칩 생산 논의…이르면 2027년부터 출하구글 TPU 급부상에 AI 칩 기준 다변화 신호탄삼성·SK하이닉스 전략적 변곡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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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이 애플 AI칩 생산에 뛰어들며 엔비디아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메타플랫폼스가 엔비디아 AI 반도체 대신 알파벳 산하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칩인 TPU(텐서 처리장치) 사용을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엔비디아가 장악해온 AI 칩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30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28일(현지시간) SNS 엑스를 통해 애플과 인텔이 최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하고 애플의 M 시리즈 칩 생산을 인텔이 맡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텔이 이르면 2027년 2~3분기부터 해당 칩을 출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M 시리즈는 애플이 자체 설계해 맥북·아이맥 등 PC와 아이패드에 탑재하는 핵심 칩이다. 애플은 2020년 M1을 시작으로 자체 칩 전환을 본격화했으며 지난달 M5까지 출시했다. 다만 인텔이 맡게 될 칩은 최신형이 아닌 보급형 기기에 들어가는 이전 세대 모델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과 2027년 최저가 M 시리즈 출하량은 1500만~2000만 개 수준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2023년 전 제품군에 M 시리즈를 적용하며 사실상 인텔 프로세서와 결별했었다. 그랬던 애플이 인텔과 관계 복원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 제조업 부흥’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인텔 지분 약 10%를 연방정부가 인수해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되는 협약까지 체결했다.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애플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목적도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 입장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 확대는 물론 기술력 강화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대감 속에 인텔 주가는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10.19% 급등한 40.56달러에 마감했다.

    엔비디아 중심 체제가 흔들리는 사이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은 천문학적 보조금과 제조 인프라 투자를 앞세워 AI 반도체 패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일본 히로시마 공장 부지에 1조5000억 엔(약 14조 원) 규모의 AI 반도체 신공장을 건설한다. 일본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최대 5000억 엔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총 1조5000억 엔을 투입해 신 제조동을 신설하고, 2026년 5월 착공해 2028년부터 본격 출하에 돌입한다.

    새 공장에서는 AI 연산에 필수적인 차세대 메모리,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력으로 생산된다. 히로시마는 이미 마이크론의 HBM 생산 핵심 기지로 자리잡고 있으며, 투자 확대를 통해 HBM3E·HBM4 공급능력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 핵심 품목으로 규정하고 생산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마이크론 투자는 TSMC 구마모토 공장·라피더스의 2나노 프로젝트와 함께 일본의 첨단 반도체 육성 축으로 평가된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일본 기업들은 AI 개발에 필요한 최신 메모리를 자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글로벌 AI 반도체 부족 속에서 일본 기업들의 조달 여건이 한층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흔들리는 엔비디아 독주…삼성전자·SK하이닉스, 장기적인 기회로

    이러한 변화가 HBM 공급사들에게 단기 위험보다 장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특정 고객 중심 벤더를 넘어 모든 AI 시스템에서 요구되는 ‘HBM 기본값(Default vendor)’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차세대 HBM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고객사들에게는,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HBM4를 양산·공급할 수 있는지가 최우선 기준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HBM 중심으로 메모리 사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삼성은 HBM3E 초기 대응에서 다소 늦었지만, 엔비디아 중심 시장이 변하는 지금 오히려 기회를 맞이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구글 TPU와의 협업 가능성이 주목된다. 삼성은 구글과 스마트폰 AP, 서버 DRAM, SSD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경험을 갖고 있으며, TPU는 메모리 처리량과 대역폭 요구가 강해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갖춘 삼성과의 협력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이번 AI 대전 2라운드가 엔비디아와 구글 등의 대결을 넘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인프라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자리를 차지할지 판가름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