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등 10대 전략산업 겨냥 … 그룹 자본 100% 투입가계대출 의존 벗고 ‘혁신자본 공급자’로 체질 전환 시동우리투자증권, PI 투자 착수 … 벤처·스타트업 직접 지원
  • ▲ 임종룡 회장 ⓒ우리금융
    ▲ 임종룡 회장 ⓒ우리금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약속한 80조 원 생산적 금융이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우리금융은 2000억원 규모의 첨단 전략산업 투자 1호 펀드를 가동하며 이자 중심 영업에서 혁신자본 공급자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30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가 직접 출자하는 ‘첨단전략산업 공동투자펀드(가칭)’를 이달 내 출시할 예정이다. 핵심 타깃은 정부가 지정한 10대 전략산업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AI, 바이오·백신, 항공우주·방산, 콘텐츠 등 첨단 산업 생태계 자금을 공급하는 ‘미래 동력 펀드’ 성격이다.

    해당 펀드는 우리자산운용이 주관하고 우리은행·우리투자증권·우리카드 등 핵심 계열사가 공동 출자하는 구조다. 외부 투자 없이 전액 그룹 자본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이 기업·산업 생태계 지원에 책임 있는 플레이어로 전면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분야는 정부가 지정한 10대 국가전략산업이 핵심이다.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바이오·백신, 우주·방산, 디지털콘텐츠 등 기술주도 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우리금융은 펀드 설정을 위해 지난달부터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가동하며 산업별 실사·리스크 평가 체계를 사전 마련해왔다.

    모험자본 투자의 출발도 예고됐다. 우리투자증권이 성장기업·스타트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PI(자기자본) 투자를 준비 중이며, 필요 시 지주 차원의 증자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초기 기술기업 발굴을 위해 벤처캐피탈 및 전문 운용사와의 공동 소싱·공동 심사 체계 구축도 병행된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대출 중심 금융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한 것으로 본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5년간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 등 총 80조 원 투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벤처·첨단산업 투자는 변동성이 큰 영역이라는 점에서 기술성 평가 체계, 리스크 관리, 전문인력 확보가 성패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1호 펀드는 우리금융의 생산적 금융 실천을 증명하는 첫 장”이라며 “내년에는 규모 확대와 추가 펀드 조성을 통해 시장 충격을 직접 완화할 수 있는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