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레드, '밀도와 확장' 주제로 'CHANGE2026' 컨퍼런스 열어"브랜드의 밀도 높은 본질을 바탕으로 확장 나서야""AI 시대, '양감(量感)' 있는 브랜드와 캠페인으로 승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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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현우 이노레드 공동 대표. ©INNORED
독립 광고대행사 이노레드(INNORED)가 지난 11월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밀도와 확장'을 주제로 'CHANGE2026' 컨퍼런스를 진행했다.1일 브랜드브리프는 이노레드가 마케팅·크리에이티브 업계에 전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톺아봤다.이날 무대에 오른 박현우 대표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CHANGE2026은 우리 산업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인사이트와 생각(thought), 리더십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라며 "올해의 주제인 '밀도와 확장'을 통해 브랜드의 에센스야말로 확장의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하고자 한다. 여러분이 보지 못하지만 꼭 봐야할 것들, 브랜드를 어떤 밀도로 좁히고 어떻게 확장해야 할지 이 자리에서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환영사를 전했다. -
- ▲ 김홍규 이노레드 캠페인 본부장. ©INNORED
첫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른 김홍규 이노레드 캠페인 본부장은 '확장하고 있나요, 흩어지고 있나요?'를 주제로 브랜드의 확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김홍규 본부장은 "브랜드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흩날리는 먼지인지, 단단한 싸앗인지를 알아야 한다. 확장은 밀도 높은 단단함이 있는 씨앗에서만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브랜드의 밀도는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밀도는 바로, 브랜드가 가진 본질에서 온다"고 설명했다.그는 브랜드의 밀도 높은 본질을 바탕으로 확장에 성공한 3가지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먼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투지를 불태운 손흥민 선수와 함께 한 '게토레이' 캠페인을 들었다. 이노레드는 '최선을 다해 뛴 플로리다대학교 Gators 선수들의 마지막 뒷심을 돕기 위해 개발된 음료'라는 게토레이 브랜드의 본질을 손흥민 선수가 지닌 위대함과 연결했다.김 본부장은 "손흥민 선수는 경기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뛰면서도 추가 부상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두려움이요? 맞으면 맞는 거죠'라고 답했다"며 "손흥민 선수는 단순히 축구 스킬이나 트로피의 숫자가 아닌, 승리를 향한 강한 투지를 보여줬다. 그 위대함을 게토레이의 본질과 연결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삼양식품의 '삼양1963' 캠페인은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영혼과 삼양식품의 정체성을 담아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 명예회장은 '꿀꿀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을 보며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다. 이후 공업용 우지(소기름) 사용 의혹 사건이 터진 1989년 11월 3일 이른바 '우지 파동' 이후 단종됐지만, 36년 만에 다시 귀환했다. 이노레드는 '삼양1963'의 탄생에 담긴 '사람을 향한 마음'을 캠페인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김 본부장은 "이 제품의 귀환을 가장 기뻐할 사람, 가장 먼저 먹어야 할 사람, 가장 본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떠올렸다"며 "우지 사건 7년 소송 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전중윤 명예회장은 당시 '우지 사건보다 1000여 명의 직원을 잃은 게 더 슬프다'고 했다. 때문에 이번 캠페인에서는 당시 삼양식품에서 일했던 직원들에게 '삼양1963'을 가장 먼저 맛보게 했다. 삼양식품이 보여 준 '사람을 향한 마음'을 제품의 본질과 연결한 것"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김천김밥축제'를 언급하며 "인구 13만 명의 김천에서 열리는 행사에 올해 15만 명이 방문했다. '김밥'이라는 축제의 본질과 무관한 의전, 개막식, 바가지와 같은 것들을 모두 버리고 오로지 '김밥'에만 집중해 대박을 만든 것"이라며 "32곳의 공급업체가 10만 줄의 김밥을 준비했고, 초대가수 또한 '김밥'과 관련 있는 자두, 죠지, 노라조를 초청했다"고 설명했다.김 본부장은 "브랜드의 밀도는 역사나 시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집중에서 만들어진다. 꼭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밀도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며 "이미 여러분과 여러분의 브랜드 안에는 본질이 존재한다. 그 본질을 플랜으로 옮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 ▲ 류혜정 AHC 디멘드 크리에이션 부문장 이사. ©INNORED
두번째 연사로 무대에 선 류혜정 AHC 디멘드 크리에이션 부문장 이사는 '브랜드 트랜스포메이션: 소셜 퍼스트 전략'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류혜정 이사는 전 세계에서 각광 받는 K-뷰티 초경쟁 시대에 26년차 뷰티 브랜드인 AHC의 솔직한 고민과, 이를 해결한 소셜 퍼스트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류혜정 이사는 "1999년 에스테틱 브랜드로 출발한 AHC는 '아이크림 포 페이스'라는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올드한 브랜드로 인지되기 시작했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24년 리브랜딩을 기획했고, 동시대에 살아있는 브랜드로서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젊은층까지 아우르는 브랜드로 포지셔닝하고자 했다"고 운을 뗐다.그는 세스 고딘의 '브랜드는 말하는 대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방식대로 정의된다'는 말을 인용하며 "많은 브랜드들이 소셜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비주얼 언어, 콘텐츠를 통해 소통되고 있다"며 "AHC는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소셜 퍼스트 전략을 적극 펼쳤다"고 밝혔다.이를 위해 AHC는 브랜드의 존재감을 소셜 내 콘텐츠를 통해 드러내고, 문화적 코드를 브랜드와 연결해 브랜드 포지션을 재정의했으며, 커뮤니티와의 밀도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박규영을 아이크림 제품 모델로 내세워 '오징어 게임'의 문화적 모멘텀을 브랜드 캠페인으로 확장했고, '박세리 선스틱'으로 유명한 AHC선케어 제품 모델로 태민과 이사배를 내세워 팬덤과 적극 소통했다.류 이사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박규영 씨와 함께한 캠페인 이후 올리브영에서 2.5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고 아이크림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전년 대비 100% 이상의 비즈니스 성과를 기록했다. 선케어 부문 또한 태민의 팬덤을 적극 공략하고 팬들과의 인게이지먼트를 밀도 있게 강화한 결과, 키워드 쿼리량이 전년 대비 170% 이상 증가했고 선크림은 200% 성장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언어로 보여지는 콘텐츠, 고객과의 밀도 있는 관계 구축은 브랜드의 확장을 가져다 줄 것"이라 자신했다. -
- ▲ 윤태진 이노레드 캠페인 본부장. ©INNORED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윤태진 이노레드 캠페인 본부장은 '양말을 만들며'라는 이색 주제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태진 본부장은 동서식품의 커피 브랜드 '맥심'의 '브랜디드 굿즈'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밀도와 확장'의 중요성에 대해 공유했다.윤 본부장은 먼저, '브랜드의 정의'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얘기했다. 만약 '맥심'을 '믹스커피'라는 제품 카테고리로만 정의한다면 '맥심의 굿즈'는 텀블러에 그칠 수 밖에 없기에, 굿즈 제작에 앞서 '맥심' 브랜드의 확장적 정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커피라는 행복 맥심'이라는 맥심의 오래된 슬로건에 주목했다. '커피'와 함께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브랜드를 정의했기 때문이다.그는 "맥심은 오랜 시간동안 커피 마시는 순간의 행복을 잘 담아내고 표현해 온 브랜드"라며 "로또 당첨이나 주식 떡상과 같은 행복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행복의 가치가 맥심이 추구하는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상에 행복을 주는 굿즈'라는 출발점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렇게 '맥심 커피'는 일반적인 믹스커피 브랜디드 굿즈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일상적으로 매일 쓰는 수건과 양말, 실내 소음을 줄여주는 슬리퍼와 체어 삭스(chair socks), 종이컵 모양의 도자기 컵 등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줄 수 있는 굿즈들이 '컬러 오브 맥심'이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윤태진 본부장은 "맥심을 '커피'뿐만 아니라, '행복'이라는 확장된 의미로 정의했기에 다양한 브랜디드 굿즈를 만들 수 있었다"며 "그 결과, 캠페인 론칭 한달만에 해당 굿즈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네이버, 29CM에서 모두 솔드아웃을 기록했고, 1억6000만 건의 오가닉 바이럴을 생성해냈다. 이처럼 카테고리 경쟁을 넘어, 브랜드를 확장하고 그 밀도를 높여 나가면 완전히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
- ▲ 김태원 이노레드 공동 대표. ©INNORED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김태원 이노레드 공동 대표는 '밀도의 확장: 도구에서 존재로'를 주제로, AI(인공지능)로 인해 콘텐츠와 창작의 부피가 쉽게 커지는 시대에 '밀도있는 확장'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을 나눴다.김태원 대표는 "AI 시대가 되면서 'AI Slop(AI로 생성된 가짜 영상이나 저품질 영상 등을 의미)'과 같이 고유한 질량 없이 부피만 큰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그래서 역설적으로 오리지널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는 '양감(量感)'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양감'은 회화에서는 표현된 대상이 지닌 무게감, 부피감, 입체감을 의미하며, 작품에 안정감과 실재감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문학에서는 깊이, 무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김 대표는 기술만 넘쳐나는 AI 시대에 이러한 '양감' 있는 브랜드와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브랜드가 '양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3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첫째,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브랜드나 캠페인이 제품에 관한 정보나 전달을 넘어, 완전히 새롭고 입체적인 세계를 선물했을 때 '양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프랑스 보험사 AXA의 'Three Words' 캠페인을 들었다. 캠페인은 단 세 단어 '그리고 가정 폭력'(and domestic violence)을 보험 약관에 추가함으로써,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긴급 대피와 구조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험 시스템 전반을 개편한 사례다.김 대표는 "이 캠페인 이후 사람들은 보험이 홍수나 화재뿐만 아니라, 가정폭력에 노출됐을 때도 쉘터를 제공하는 것이 보험 업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캠페인이 마케팅을 넘어, 우리의 삶과 사회에 새로운 세계관을 선물하고 '양감'을 제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덧붙였다.두번째 키워드는 '일상의 서사'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에 대한 관찰과 발견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큰 '양감'을 준다는 것.김태원 대표는 "방대한 검색 데이터를 봐도, 단 한번도 오늘보다 중요한 미래는 없었다. 그렇기에 서사가 쌓여가는 일상은 귀하다"며 "브랜드와 관련된 일상의 서사가 쌓이면 '사회문화적 자본'이 된다. AI 시대에 '양감'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의 일상을 존중하고 관찰하고 발견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마지막 세번째 키워드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취약성'을 끌어안는 힘이다. AI와 데이터, 로봇 기술력이 점점 더 완전무결해질수록, 인간만이 가진 '불완전함'과 '취약성'이 귀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김 대표는 "사람의 불완전함과 취약성이 오히려 AI 시대에는 감추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극 안아주고 활용해야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간만이 가진 그 약점들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양감'을 가진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마지막으로 김태원 대표는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에서 벗어나, 직접 사람을 만나고 직접 경험하며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야말로 '진짜'임을 강조했다.김 대표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맡았던 신선한 공기 속에 섞여있는 미세한 '소똥' 냄새를 AI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해 검색해 본 적이 있다"며 "'소똥' 냄새를 직접 맡아본 적이 없었다면 AI의 그럴싸한 답변에 '아 그렇구나'하고 지나갔겠지만, 그 냄새를 맡아본 사람 입장에서는 그 답변이 진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모든 것을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내놓는다. 그러나 우리의 경험에는 데이터엔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질감과 맥락이 존재한다"며 "우리의 삶에 '양감'을 부여한다는 것은, 나만의 질감을 경험하는 것이자 이 세상을 나만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갖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현장을 경험하면서 나만의 고유한 맥락과 질감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마케터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 아닐까 생각한다"고 발표를 마무리했다.이노레드의 'CHANGE2026'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하반기 이노레드가 주최해 온 마케팅 컨퍼런스다. 매년 시대정신을 반영한 주제로, 마케터와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인사이트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500여명의 브랜드 마케터와 크리에이티브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
- ▲ 이노레드 CHANGE2025 현장. ©INNO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