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J&J 등 잇따라 알츠하이머병 임상 실패단일 기전 중심 전략 한계 확인 … 실패 약물 대체 수요 증가아리바이오, 오스코텍 등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임상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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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환자. ⓒ연합뉴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또 한번 난관에 직면했다.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존슨앤드존슨(J&J)이 각각 개발한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에서 잇따라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며 시장의 기대를 꺾었다.다만 글로벌 기업들의 연이은 실패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기술 전략과 임상 추진 속도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1일 업계에 따르면 노보노디스크는 지난달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 환자 380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톱라인 데이터를 공개했다.위고비 14mg을 매일 투약했으나 CDR-SB(임상치매평가 합산 점수)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일부 바이오마커 개선은 확인됐지만 인지·기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회사는 추가 연장 연구를 중단했다.세부 데이터는 오는 3일 미국 샌디에이고 CTAD(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J&J 또한 항-tau(타우) 단일클론항체 '포스디네맙'의 임상 2b상 중단을 선언했다. 조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iADRS(통합 알츠하이머 기능지표) 기준 약효를 평가했으나 위약과의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 확산을 억제하는 방식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컸던 만큼 실패에 대한 충격이 있다.업계는 이번 결과를 통해 "바이오마커 개선이 곧 임상적 효능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다시 확인됐다"면서 "단일 기전 신약으로는 알츠하이머의 복합적 질환 특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이에 따라 다중 표적·병용요법 기반 전략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뚜렷한 기전 차별화 전략과 임상 추진 속도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을 북미·유럽·아시아 총 230여 개 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다.아리바이오의 AR1001은 PDE5 억제제 계열의 경구용 치료제로 하루 한 번 복용하면 된다. 기존 항체치료제와 달리 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하지 않고,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신경세포를 직접 보호하는 기전을 통해 인지 기능을 유지·개선하는 새로운 기전이다.특히 임상 2상에서는 혈장 바이오마커(pTau-181) 수치가 위약군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고 알츠하이머 병리가 확실한 환자군에서는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 능력까지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됐다.또한 항체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ARIA 부작용이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항체주사 치료제 레켐비·키순라 임상 3상에서 각각 21.5%, 36.8% 발생한 ARIA(뇌부종·뇌출혈) 부작용 사례가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글로벌 임상 3상 CDR-SB 분석 결과 41.8%의 환자에서 인지 기능 유지 또는 개선 추세가 관찰됐다는 중간결과도 나왔다. 최신 승인 치료제 키순라의 동일 지표는 37.7%다.AR1001 3상은 내년 상반기 종료 후 톱라인 발표 및 NDA(신약허가신청)로 이어질 예정이며 회사는 2027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이밖에도 오스코텍, 디앤디파마텍 등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J&J의 타우 항체 실패 여파에도 오스코텍의 'ADEL-Y01'은 정상 타우가 아닌 병리적 아세틸화 타우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차별적 기전을 앞세우고 있다. 타우 응집·전파 억제 및 제거 효능이 기대되며 현재 미국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오스코텍은 글로벌 기술수출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한다.디앤디파마텍은 NLY01·NLY02 등 퇴행성 뇌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NLY01은 위고비와 같은 GLP-1 계열 약물이지만 뇌 내 미세아교세포를 타깃해 신경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사멸을 줄이는 기전이 차별점이다.후속 파이프라인인 경구 저분자 치료제 'NLY02'는 RIPK2 선택적 저해 기전으로 전임상을 마치고 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등에서 신경염증을 표적하는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이밖에도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은 기존 항체치료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BBB 셔틀 기술이다.이 기술은 항체뿐 아니라 올리고핵산 기반 치료제 등 다양한 모달리티의 뇌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어 확장성이 큰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최근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빅파마들의 실패 약물에 대한 대체 수요 증가로 개발 우위 선점 가능 등의 면에서 국내 바이오텍 업체들의 기술 이전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향후 K-바이오가 알츠하이머 타겟 후보물질을 기술이전 한다면 파트너사가 GLP-1을 보유하고 있는 지와 이를 함께 향후 개발에 활용할 지 또한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