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금융투자 1일 보고서 발간·한국 경제 '대만화' 경고저금리에 고환율로 수출 기업에 부 이전, 국내 환류 안돼 '불황형 강세장'에 내수붕괴, 시장 변동성 확대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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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증권가에서 한국 경제가 대만과 유사한 ‘내수 붕괴형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의 고환율 용인이 수출 대기업만 배불리고 국부 유출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이다.

    DB금융투자는 1일 발간한 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대만화' 가능성과 이례적인 '불황형 강세장'을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 "한국의 대만화, 칭찬 아냐"  … 내수 붕괴·국부 유출 경고

    문홍철 DB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경제가 대만을 닮아간다는 것은 결코 칭찬이 아니다"라며 "고환율(통화 약세)을 통해 가계의 부를 수출 기업으로 이전시키고, 결국 내수 침체와 초저금리의 늪에 빠진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대만을 반면교사로 지목했다. 대만은 철저한 통화 약세 정책으로 2025년 기준 대졸 신입 평균 월급이 한국(306만 원)의 절반 수준인 149만 원에 불과할 정도로 내수가 붕괴된 상태다. 문 수석은 "기업들이 환율 효과로 번 돈을 국내에 재투자하지 않고 미국 등으로 공장을 옮기는 '산업 공동화'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도 대만과 같은 경로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 실물 경기 식는데 증시는 과열  … '불황형 강세장'의 역설

    실물 경기가 하강함에도 주식시장이 버티는 기현상은 '금리 인하 속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강현기 주식전략 파트장은 "경기가 식는 속도보다 금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미세하게 더 빨라 '빚내서 투자할 유인'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버블은 경기가 좋을 때 발생하지만, 이번 AI 주도 장세는 펀더멘털 악화 속에서 유동성이 공급되며 발생한 '특수 상황'이라는 것이다.

    ◇ 12월 변동성 확대 주의  … "AI 장세 끝날 수도"

    보고서는 연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 일반계정(TGA) 자금 방출 지연으로 인한 달러 경색과 미국 고용 시장 냉각이 주된 리스크다.

    강 파트장은 "미국 기업들의 해고가 늘어 경기 침체 속도가 금리 인하 속도를 앞지르게 된다면 AI 장세는 끝나고 배당주 등 방어주로 자금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