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한의계 "더는 기다릴 수 없다 … 한의사 참여 즉각 시행"근골격계·통증 중심의 다빈도 질환, 정작 강점 가진 한의약만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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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한의사협회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가 사실상 멈춰 서고 있다.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3만7000여 곳 중 단 1.2%만이 참여하고 있다. 정작 현장에서 수요가 높은 한의사는 제도 밖에 묶여 있어 장애인 건강관리의 공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대한한의사협회는 "현장의 요구는 이미 분명한데도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라며 "한의 주치의제도 즉각 도입하라"고 밝혔다. 

    한의협은 "장애인과 보호자 모두 한의 주치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 한의사 역시 참여 의지가 매우 높다"며 "근골격계·신경계·통증·2차 합병증 등 장애인의 핵심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의약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도 입증됐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제도가 목표한 지역사회 중심 건강관리 체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참여율이 낮은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이 한의사 배제다. 현행 제도는 의과·치과만 참여할 수 있어 실제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장애인단체들은 오래전부터 한의사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구해 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021년 성명을 내고 "장애인에게 주치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역시 올해 11월 "장애인 건강권 확보를 위해 한의 주치의 제도를 즉각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의료 접근성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의사를 배제하는 구조가 오히려 장애인의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한의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의사 94.7%가 장애인 주치의 제도가 도입되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방문진료 참여 의향 역시 94%를 넘었다. 외래 이동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한의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훨씬 넓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근거 기반 연구에서도 한의약의 필요성이 확인된다. 심평원의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평가연구에서는 응답자의 74.3%가 한의사 진료서비스 확보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조사에서도 장애인의 91%가 한의사 주치의 참여를 희망한다고 나타났다. 

    이외에도 '2025년 통합돌봄 한의 사례조사'에서는 한의약이 중증 장애군의 신경계·통증 관리, 욕창·관절 구축·배뇨장애 등 2차 합병증 예방, 다제약물 부작용 완화, 보호자 교육·낙상 예방·재활 지도 등에서 포괄적 돌봄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다빈도 질환은 한의약의 강점과 거의 일치한다. 실제 상위 20개 다빈도 질환 중 5개가 근골격계 질환이며, 만성통증·신경계 이상·2차 합병증 등도 한의치료 수요가 높은 분야다. 그럼에도 제도상 한의사는 참여할 수 없어 환자 접근성과 건강관리의 연속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현행 법령 역시 직역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장애인건강권법제16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한의사를 배제하는 근거는 명시돼 있지 않다. 정부 역시 과거부터 한의 참여 모델을 검토해 왔으나 제도화는 번번이 지연됐다.

    한의협은 "장애인의 의료 선택권 보장과 제도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한의사 참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한의사 없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