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식중독 절반이 겨울철 발생…전염력 강하고 저온에서도 생존김정연 교수"탄산음료·과일주스 탈수 악화 … 수분·전해질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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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안암병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감염이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에 절정을 맞는다. 연말 모임과 회식이 늘어나는 시기, 특히 익히지 않은 굴·조개 섭취가 잦아지면서 감염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경고가 나온다.

    4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정연 교수는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겨울에 훨씬 흔하다"며 "극히 적은 양으로도 감염될 정도로 전염력이 강하고, 환자와의 단순 접촉만으로도 옮을 수 있어 연말·연초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2023년 사이 발생한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는 총 4,279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식중독의 약 49%가 12~2월 겨울철에 집중돼 계절적 위험성이 명확하게 확인된다.

    노로바이러스는 영하 20도에서도 생존할 정도로 저온에 강하며, 일반적인 조리 온도나 수돗물 염소 농도로는 쉽게 사멸하지 않는다. 오염된 손으로 조리한 음식, 오염된 식수, 익히지 않은 수산물이 대표적 감염 경로다. 특히 겨울철 제철 식품인 굴·조개를 날로 섭취하는 경우 감염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증상은 보통 잠복기 12~48시간 후 갑작스럽게 시작된다. 소아에서는 구토가, 성인에서는 묽은 설사가 흔하며 발열·오한·복통·근육통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특별한 항바이러스제가 없기 때문에 핵심 치료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이다. 김 교수는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온음료나 보리차는 도움이 되지만, 탄산음료와 과일주스는 장운동을 촉진해 오히려 탈수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임산부·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경증 탈수는 경구 수액으로 교정이 가능하지만, 심한 탈수는 정맥 수액이 필요하다"며 "설사·구토가 심하거나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면 의료기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방은 무엇보다 손 씻기에서 시작된다. 노로바이러스는 70℃에서 5분, 100℃에서 1분 이상 가열해야 사멸하기 때문에 굴·조개는 반드시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원칙이다. 냉장 보관된 과일·채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고 껍질을 벗겨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연말 모임에서는 술잔·식기 공유도 감염 확산을 높이는 만큼 가급적 피해야 한다.

    김정연 교수는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며 “화장실 사용 후, 외출 후, 음식 조리 전에는 반드시 손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