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구조조정 대산 단지만 성과 … 여수·울산 감축안 미정정부, 석화 업계와 간담회 … 여한구 "미래 경쟁력 강화 뒷받침"민관 합동 대응체계 강화·주요국 비관세장벽 개선 등 제시미적대면 '공멸' 위기 … "연말까지 구조개편안 나와야"
  • ▲ 김정관(가운데) 산업통상부 장관이 26일 전남 여수시 여수산업단지 LG화학 산업현장을 방문해 생산 및 안전관리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5.11.26. ⓒ뉴시스
    ▲ 김정관(가운데) 산업통상부 장관이 26일 전남 여수시 여수산업단지 LG화학 산업현장을 방문해 생산 및 안전관리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5.11.26. ⓒ뉴시스
    석유화학 구조개편 시한이 임박하면서 정부가 업계의 빠른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연말까지 시한을 맞추지 못할 경우 정부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는 만큼, 아직 구조개편안을 내지 않은 여수‧울산 석화 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산업통상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와 다각도로 접촉하며 연말까지 사업재편계획을 제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국내 3대 석화 단지 가운데 대산만 구조개편안을 제출했고, 나머지 여수와 울산 단지에서는 구조개편 방안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대산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롯데케미칼이 지난달 27일 구조개편과 관련한 사업재편계획 승인 신청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는지난 8월 정부가 석화산업 구조개편 로드맵을 제시한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양사는 석화산업의 구조적 과잉문제로 지적돼 온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와 범용 석유화학 제품 설비 일부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NCC 생산량은 110만t, HD현대케미칼의 공장은 85만t인데, 양사는 최근 연산 195만t에서 85만t으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반면 여수와 울산에서는 아직 구조개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다만, LG화학과 GS칼텍스는 여수 NCC 감축과 관련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각각 연 200만t, 90만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NCC를 여수에 보유하고 있다.

    생산 규모가 훨씬 큰 LG화학이 NCC 사업을 GS칼텍스에 매각하고 합작사를 설립한 후 지분을 조정해 통합 운영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양사가 구조개편에 합의하면 대산에 이어 두 번째 석화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지난 8월 가동을 중단한 연간 생산량 47만t 규모의 3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단지에서는 연 생산량 66만t의 SK지오센트릭과 90만t의 대한유화 등이 구조개편을 위한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9일 한국화학산업협회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과 간담회를 갖고 구조개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산업부는 ▲석화 수입규제 조사 과정에서 양자협의, 서한발송, 공청회 참석 등 민관 합동 대응체계 강화 ▲한국판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 Report)를 활용해 주요국의 비관세장벽을 발굴·분석하고 상대국에 개선 요구 ▲방글라데시·파키스탄 등 신흥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통한 품목별 관세 철폐 등 계획을 소개했다.

    여 본부장은 "석유화학 업계는 내부적으로는 사업재편이 진행되고, 외부적으로는 통상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우리 기업의 수출여건 개선과 시장 다변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여수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에서 "12월 말까지 사업재편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기업은 정부 지원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최후 통첩을 날린 바 있다. 

    그러면서 기한 내 사업재편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은 "향후 대내외 위기에 대해 각자도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구조개편을 하지 않을 경우 석화 업계가 '공멸' 할수도 있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합의안이 도출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월 석화 기업들은 자율협약을 맺고 국내 전체 NCC 생산량인 1470만t의 18~25%(270만~370만t)를 줄이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산에 이어 여수와 울산도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사업재편안이 나오지 않겠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