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주관사 약속 어겨 … 매각 절차 투명성 부족”힐하우스, 프로그레시브 딜로 최고가 제시 … 대주주 심사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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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주관사가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데 대해 흥국생명이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흥국생명은 9일 입장문을 내고 “매각주간사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절차는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에 따르면 당초 주주대표와 매각주간사는 본입찰 이전 ‘프로그레시브 딜(경매호가식 입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이를 신뢰해 지난달 11일 본입찰에서 최고 금액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경매와 비슷한 방식으로,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최종 낙찰 전까지 인수 후보자 간에 추가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본입찰 이후 주간사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늦추다 힐하우스 측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해 인수 희망 가격을 본입찰 최고가 이상으로 올려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27일 만에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흥국생명은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는 매각주간사의 당초 약속은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높이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며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흥국생명의 입찰 금액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선정은 한국의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노린 중국계 사모펀드와 외국계 매각주간사가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라며 “매도인에게 부여된 재량의 한계를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훼손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흥국생명은 “입찰 과정에서 드러난 기만과 불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힐하우스는 본입찰 당시 9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했으나, 프로그레시브 딜을 거쳐 인수가를 1조1000억원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약 1조500억원, 한화생명은 약 9500억원을 제시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98.8%로, 창업주 고(故) 김대영 회장 배우자 손화자 씨 지분과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포함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진행되며, 통과 시 내년 상반기 잔금 지급 등을 거쳐 거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