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신한라이프·신한자산운용 교체… ‘질적 성장’ 인사 기조 강화KB·하나·우리 자회사 41곳 중 24곳, 연말 CEO 대규모 임기 만료금융당국 압박 속 성과 중심 인사 불가피… 연임 관행에도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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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금융지주 인사를 앞두고 4대 금융지주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20여 명의 거취가 한꺼번에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실적을 앞세운 ‘연임 관행’이 사실상 기본값처럼 굳어졌지만, 올해는 금융당국이 지배구조와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연말 인사가 ‘쇄신 시험대’ 성격을 띠고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 자회사 2곳 CEO 교체 … KB·하나·우리, 24명 임기 앞둬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연말 자회사 CEO 인사를 확정했다. 주요 자회사 CEO 4명 가운데 2명은 연임이 확정됐고, 2명은 교체 결정이 내려졌다.

    신한라이프 대표로는 그룹 재무조직을 이끌어온 천상영 부사장, 신한자산운용에는 국민연금 출신의 이석원 전 전략부문장이 내정됐다.

    반면 강병관 신한EZ손보 대표와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강 대표는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디지털 보험 인프라 구축과 신사업 발굴 성과를 인정받았다. 안정적 사업 구조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은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도 연임에 성공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사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강조해온 ‘질적 성장’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진 회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회사 CEO 인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질적 성장”이라며 “손익계산서(PL) 중심 경영에서 밸런스 시트(대차대조표) 중심 경영으로의 전환, 즉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아니라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KB·하나·우리금융은 연말 인사 폭이 더 클 전망이다. 세 지주에서는 총 24명의 자회사 CEO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된다. 

    KB금융은 7명의 CEO 임기가 끝나는데, 이 가운데 김성현 KB증권 대표의 6연임 도전이 최대 관심사다. 기업금융(IB) 부문 실적 호조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1960년대생 CEO 비중을 낮추려는 세대교체 흐름이 변수로 꼽힌다.

    하나금융에서도 7개 자회사 CEO가 교체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그룹 내 비은행 부문 핵심 인사로 꼽히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연임 여부가 가장 주목된다. 하나증권 실적 부진과 발행어음 인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은 네 지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10명의 CEO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의 거취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우리금융의 증권 부문 확장을 이끈 인물이지만, 임종룡 회장의 연임 여부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당국 압박에 인사 지형 변화 … 성과·책임 경영 요구 커져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는 올해 인사 흐름에 가장 큰 외부 변수로 꼽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는 사적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조직”이라며 “이사회가 균형 있게 구성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깜깜이 인사’, ‘참호 구축형 인사’ 논란을 재차 지적한 것으로, 금융지주에 대한 감독 강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부동산·자본시장 침체, 수익성 둔화, 건전성 리스크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자회사들이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점도 인사 기준 변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처럼 안정성을 이유로 연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식의 관행은 올해만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 압박 가운데 올해는 성과와 전문성, 견제 장치 작동 여부 등이 인사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