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트라우마에 갇힌 통화정책 그만, 금리인하로 내수부양 필요"국민연금·건보 시한폭탄 재깍재깍… 재정 부양 신중해야"내년 달러·금·채권 주목, 국내선 서울 핵심지 부동산이 답"
  • ▲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사진=뉴데일리)
    ▲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사진=뉴데일리)
    "우리나라가 대만식 침체와 고환율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금리인하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이 시급합니다"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침체 논쟁을 되풀이하는 동안, 정작 더 심각한 방향인 ‘대만화’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산·고령화·부채·내수 침체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징이 대만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지만 사회 인식은 여전히 30년 전 IMF 트라우마에 갇혀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의 대만화' 보고서로 최근 자산시장의 핫스타로 떠오른 문홍철 DB증권 자산전략팀장은 지난 9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일본이 아니라 대만을 닮아가고 있다"며 "환율·유동성·재정·전쟁 리스크까지 얽힌 복합 위기에 대한 해법을 성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팀장은 "대만은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나라"라면서 출산율, 경제 구조, 해외투자 방향성에서 한국과 대만을 비교했다. 그는 "홍콩을 제외하면 초저출산 1~2위를 늘 한국과 대만이 다퉜다"며 "사람들은 일본 얘기만 하지만 대만은 한국이 따라갈 가능성이 큰 선행 사례"라고 했다. 

    외환보유고 측면에서도 대만은 공식 보유고만 GDP 대비 70% 수준이고 비공식 자산까지 포함하면 10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25% 수준에 불과해 대만보다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가치 절하는 사실상 가계 부를 수출기업에 보조하는 효과인데, 제조업 투자와 내수 선순환이 유지될 때만 의미가 있다"며 "중국 제조업 굴기와 미국의 해외투자 압박은 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대만은 30년 전부터 이 구조를 겪었다"고 말했다. 수출기업이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 덕에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해외 투자 증가로 그 수혜가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문 팀장은 환율과 금리 논쟁의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IMF 트라우마 때문에 저금리를 꺼리는 집단 인식에 갇혀 있다"며 "교과서적으로 금리차가 환율을 결정한다지만 한국은 금리와 환율의 연관성이 크지 않고 한미 성장률 격차가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을 못하면 통화가 약해지고 환율 불안이 심화된다"며 "현재 금리는 기초체력 대비 높은 수준으로 70세 노인에게 100m를 15초에 뛰라고 시키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비 위축의 핵심 원인은 가계부채인 만큼 금리를 내려 부채 부담을 줄임으로써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5~6년 사이 전세자금대출이 폭증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세입자까지 부채를 떠안으며 소비 여력이 사라졌고 전세대출은 집주인 부채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구조여서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렸다"고 진단했다. 전세대출 규모는 약 200조원으로 추정된다. 그는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 대출까지 겹치면서 두 개의 거대한 코끼리가 소비를 짓누르고 있다"며 "지금은 환자가 죽기 직전인데 운동시키는 격으로 거품 제거보다는 금리 인하로 연착륙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금리인하로 내수를 부양해 경제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올해 미국 경제가 2.0% 성장하는 반면 한국의 성장률은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 ▲ ⓒ문홍철.(사진=뉴데일리)
    ▲ ⓒ문홍철.(사진=뉴데일리)
    재정 확대에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고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의료비와 연금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민연금이 국가 부채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국민연금을 부채에 넣으면 국가부채 2000조원이 된다"며 " GDP 대비 부채 비율만 보고 건전하다고 말하는 건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보다 건강보험이 더 큰 위협"이라며 "의료비는 인구 구조 때문에 필연적으로 늘어나고 현재 의료체계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내년 자산시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미국 경기 둔화 → 약달러 → 유동성 폭발'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엔 미국 경기가 좋아야 시장이 좋았지만 지금은 반대"라며 "달러가 약해져야 유동성이 풀리고 신흥국과 코스피 등이 오른다"고 했다. 그는 무역전쟁 시차를 감안하면 내년 3~4월 약달러 전환을 전망하기도 했다.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해선 "언젠가 터지는 시한폭탄이지만 아직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엔달러 환율이 140엔 아래로 빠져야 본격 청산이 시작되는데 아직 150엔대 중반이라며 "시장 조정은 내려갈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엔캐리 탓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년 자산 포트폴리오 전략으로는 "원화채권·달러채권·금과 서울 핵심지역 부동산"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 국채가 구매력 방어 수단으로 유효하다며 달러자산 보유를 강조했다.  금에 대해선 "평화가 너무 길면 다시 큰 충돌이 오는 것이 인류 역사"라며 "90년 주기로 오는 세계대전 우려 속에서 금 가격은 기존 관념을 깨고 단독으로 오른다"고 했다.

    문 팀장은 "내년 시장은 금리·환율·성장·유동성·전쟁이라는 다섯 축에서 움직일 것"이라며 "좋은 시기는 온다. 문제는 그 전까지 버티는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