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고 91조까지 확대된 K-방산 성장세유럽 넘어 중동·남미 현지화해 공급망 확장과당 경쟁으로 주요 사업 전력화 지연 우려
  • ▲ 국내 방산업체가 K-방산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 국내 방산업체가 K-방산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뉴데일리
    국내 방산기업들이 올해 사상 최대 수주와 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전차·자주포·전투기·유도무기 등 주요 무기체계가 유럽을 넘어 중동과 남미까지 수출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것.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국내 4대 방산업체의 수주잔고는 91조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에어로가 30조9959억원, KAI가 26조2700억원, LIG넥스원은 23조4271억원, 현대로템은 10조7897억원이다.

    수주잔고는 지난 2021년 말 42조2283억원에서 4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4개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3조4928억원으로, 3분기 만에 작년 연간 실적을 1조원 이상 넘어서는 등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며, 연간 수주잔고가 1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현대로템은 페루와 2조9000억원 규모의 K2 전차와 차륜형 장갑차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화에어로·LIG넥스원·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과 총 1조2267억원 규모의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 양산 계약을 맺었다.

    KAI도 지난 3월에 이어 방위사업청과 8037억원 규모의 국산 항공기 3종 군수지원 계약을 추가하며 후속 군수지원사업 부문에서 연간 수주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국내 방산업체들은 준수한 품질과 빠른 납기를 무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실적을 쌓아왔다.

    기업들은 장기 계약을 통해 향후 4~5년 치 일감을 확보하며 현지 생산과 협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은 2년 연속 ‘세계 100대 방산기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국가별 방산 매출 점유율에서도 독일에 이어 10위에 오르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에 더해 이재명 정부가 ‘방산 4대 강국’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현재 세계 10위 수준인 방산 수출 순위를 4위권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놓아 정부의 방산 세일즈도 수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유럽의 방산 블록화(자국 무기 우선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서는 한편, 중동과 동남아 지역에서도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 순방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유럽 방산 외교 일정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등이 동행하며 현지 기업들과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는 미국 시장 공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마이클 쿨터 글로벌 방산 총괄 대표가 미국 방산 법인 HDUSA의 신임 대표로 이동하며, 세계 최대 방산 시장에서 현지 파트너십 강화와 그룹 방산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사상 최대 실적 이면에는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갈등과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육군 다목적무인차량, 공군 전자전기 사업 등에서 업체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업이 수년째 지연되고 전력화 시기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지속될 경우 국방 전력화 지연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방산 기업들이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방산 수출 지원 전략 마련과 갈등에 대한 중재 역할, 제도 보완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