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업데이트로 구매후에도 사용 경험 지속 확장가전 수요 둔화 속 수익성 개선 축으로 자리매김아시아·남미 출시 계획 … 글로벌 전략으로 확산
  • ▲ LG 씽큐(ThinQ) 앱을 통해 정수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는 모습.ⓒ이가영 기자
    ▲ LG 씽큐(ThinQ) 앱을 통해 정수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는 모습.ⓒ이가영 기자
    LG전자의 ‘업(UP)가전’이 출시 4년차를 앞두고 ‘AI 생활비서’로 진화하고 있다. 가전 구매 이후에도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용 경험을 바꾸면서, 가전 수요 둔화 국면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업그레이드형 가전인 UP가전을 도입한 이후, 단순한 신기능 추가를 넘어 사용자 맞춤형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품 전략을 고도화하고 있다. 가전을 구매하는 순간 성능이 고정되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사용 과정에서 기능이 계속 진화하는 사업 모델을 정착시키고 있는 셈이다.

    UP가전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다. 고객의 제품 사용 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필요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2022년 1월 UP가전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2023년에는 ‘초개인화’를 전면에 내세운 ‘UP가전 2.0’을 발표하며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UP가전 2.0은 개인 맞춤형 기능과 구독형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구매 당시부터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선택해 제품을 구성할 수 있고, 사용 과정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초기 UP가전이 에너지 절감이나 세척 코스 추가 등 성능 보완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생활 패턴과 취향을 반영해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UP가전 적용 대상은 출시 초기 일부 제품에서 현재는 LG전자 가전 전반으로 확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수기와 전기레인지다. 소프트웨어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면 정수기는 이용자별로 물의 용량과 온도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고, 전기레인지는 라면 종류에 맞춰 최적의 출력 단계와 조리 시간을 안내한다.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생활 습관을 반영해 별도 조작 없이도 일정한 품질의 결과물을 제공하는 구조다. 아침마다 커피를 마시는 사용자는 원하는 물의 용량을 설정해 둘 수 있고, 자주 먹는 라면에 맞는 조리 조건도 자동으로 적용할 수 있다.
  • ▲ LG 씽큐(ThinQ) 앱을 통해 각종 가전제품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이가영 기자
    ▲ LG 씽큐(ThinQ) 앱을 통해 각종 가전제품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할 수 있다.ⓒ이가영 기자
    이 같은 기능 확장은 UP가전의 본질적 경쟁력과 직결된다.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새로운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 제품의 사용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단기 교체 수요로 수익을 내는 것 대신, 기능 확장과 서비스 결합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객과의 접점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LG전자가 올해 4분기 국내에 새로 선보인 UP가전 기능은 13개로, 이 가운데 과반이 넘는 8개가 고객 제안을 반영해 개발됐다. 세탁기에는 아기옷 코스에 물 온도 설정 기능을 추가했고, 정수기는 설정 용량만큼 출수되는 방식과 누르는 동안 출수되는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안마의자에는 마사지 기능을, 식기세척기에는 젖병 세척 코스를 더했다.

    신규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와 달리 UP가전은 수익성 측면의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가전 수요가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황에서도, UP가전은 기능 추가에 따른 부가 매출과 구독형 서비스 확대로 실적을 뒷받침했다. 올해 3분기 LG전자 HS(가전 솔루션)사업본부는 매출액 6조5804억원, 영업이익 36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7%, 영업이익은 3.2%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UP가전 확장은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는 2023년 북미를 시작으로, 올해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6개국으로 UP가전 출시 지역을 넓혔다. 지역별 생활 방식과 사용 환경에 맞춰 기능을 추가하는 전략으로, 에너지 효율과 사용 편의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조만간 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에도 UP가전 출시를 계획 중이다.

    업계에서는 UP가전을 단기 흥행 제품이 아닌, 가전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도로 본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제조사의 역할이 단순한 제품 공급자를 넘어 서비스 제공자로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UP가전이 ‘AI 개인비서’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UP가전은 제품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사례”라며 “가전 수요 둔화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