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상승' 기대감에 대농 출하 지연 … RPC 계획 대비 매입 차질 내년부터 정부의 쌀값 하락 책임이 강화되는 양곡법 개정안 시행전문가 "쌀값 하락하면 정부 부담 커져 현 수준 유지하려 할 듯"
-
- ▲ 서울 한 마트에 진열된 쌀의 모습. ⓒ뉴시스
올해 쌀값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햅쌀 출하가 본격화되며 공급량이 늘어나는 시기임에도 쌀값은 여전히 전년보다 10% 이상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구조인데도 가격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쌀 물가 상승률은 18.6%를 기록했다. 10월(21.3%)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됐으나 여전히 두자릿수 오름세다.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 소매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6만2196원으로 전년(5만4683원) 보다 13.74% 올랐다. 순평년(5만5947원) 대비로는 11.17% 높다.통상 쌀값은 10월 햅쌀 출하가 본격화되면 공급이 늘면서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하지만 올해는 햅쌀이 시장에 풀리는 시기에도 가격 강세가 이어지며 예년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더욱이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구조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올해 쌀 생산량은 353만9000톤(t)으로 이 중 초과 생산 예상량은 13만t에 달한다. 정부는 이 중 10만t을 이미 시장에서 격리해, 2025년산 쌀의 잔여 과잉 물량은 3만t 수준이다.쌀은 남아도는 반면 쌀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전인 1994년(120.5kg)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쌀값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농가의 출하 지연이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12월 쌀 관측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산지 벼 매입 실적은 181만7000t으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농협 매입량은 전년과 비슷하나 계획량(171만t) 대비 85.3%(145만9000t)이다.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매입 물량은 12만6000t으로 전년보다 10.1% 줄어들었다. 계획물량(28만2000톤) 대비로도 44.68%(12만6000톤)에 그쳤다.반면 시장출하 목적의 농가 재고량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쌀값 상승 기대심리로 거래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대농을 중심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출하 시점을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다.농경연은 "벼 가격 상승 기대 심리 등으로 판매 유보 의향이 증가하면서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며 "대농 중심으로 물량이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내년 8월 시행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부담이다. 쌀 생산량이나 가격 하락폭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현재도 쌀 수급 조절이 제도적으로 정부 개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는 구조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매입 물량 확대에 따른 재정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의 가격 강세가 농가의 재배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쳐 내년 벼 재배면적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로서는 쌀값이 하락할 경우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생산자들은 현재 가격 수준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도 쌀값이 현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보이며, 물량 조절이나 추가 정책 등 현 수준을 유지하려는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