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규제 강화로 SCR 설치 불가피산업은행 금융 지원 2조원까지 확대배출부과금 전환 등 실질적 지원 절실
  • ▲ SCR (선택적촉매환원설비) 전경 ⓒ한국시멘트협회
    ▲ SCR (선택적촉매환원설비) 전경 ⓒ한국시멘트협회
    전례없는 불황에 직면한 시멘트업계에 환경 규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출을 통해 업계를 지원하고 있지만 규제에 대한 근본적 대응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산업은 2023년 환경부의 환경오염시설허가 대상업종에 추가되며 대형 사업장을 대상으로 최대 10개의 환경 인허가를 통합해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더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오는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 감축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달에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목표 아래 국제협력 이니셔티브인 탈석탄 동맹(PPCA)에 동참하기도 했다.

    정부의 환경 규제가 잇따르자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유연탄 사용을 피할 수 없는 시멘트 산업의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 9일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에서 질소산화물 저감 장치(SCR) 가동 시연회를 열었다.

    SCR은 시멘트 제조 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저감에 가장 효과적인 방지시설로, 오는 2027년 7월부터 적용되는 통합환경허가 기준 충족을 위해 업계의 설치가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가 환경 투자를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최근 극심한 건설 경기 침체로 IMF 이후 전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SCR 설치 비용은 1기당 300억∼400억원에 달한다. 설치 이후에도 연간 60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필요해 업계는 손해를 감수하며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처지다.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의 SCR 설치와 시범 가동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책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돼 정부가 300억이 넘는 금액을 지원했다. 다만 이러한 국비 지원이 앞으로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7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시멘트협회, 주요 시멘트 6개사는 시멘트 산업의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2차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2021년 6월 체결한 협약의 만기를 2030년까지 연장하고 1조원의 추가 지원을 약속한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올해까지 시멘트 산업의 탄소저감 시설투자에 1.0%대 우대금리를 적용해 1조원 규모를 지원해 왔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원만으로 환경 규제 대응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멘트그린뉴딜위원회는 오는 2027년까지 강화되는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시멘트 업체들이 연간 최대 2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한 2027년까지 국내 시멘트 소성로 36개 라인(가동 기준)에 SCR을 전면 설치할 경우 필요한 금액도 1조원을 넘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CR 도입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의 실질적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시멘트사들이 매년 납부하는 약 160억원 규모의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을 환경설비 투자 재원으로 전환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시멘트 산업의 출하가 계속 줄어든다면 건설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환경 투자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전환 등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멘트협회는 내년에도 건설 수주, 건설 착공 감소 등 전방 산업 악화로 시멘트 출하량이 올해보다 1.4%p 줄어든 36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