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청·정수기·뷰티 디바이스… ‘시간 절약’ 가전이 실적 견인로보락·코웨이, 자동화·관리 고도화로 프리미엄 고객 흡수가격보다 체감 편의성… 제품 교체·업그레이드 수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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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보락 SAROS Z70 로봇청소기 ⓒ로보락
비싸도 잘 팔렸다. 2025년 생활가전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시간을 얼마나 아껴주느냐’와 ‘자동화 수준’이 소비를 좌지우지했다. 로봇청소기·정수기·뷰티 디바이스 등 각 카테고리에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도 생활가전 소비는 이어졌다. 다만 시장의 무게중심은 달라졌다. 기능 경쟁을 넘어, 관리·청소·자기관리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입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가성비 경쟁에서 시간 가치 경쟁으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한다.◆ 로봇청소기, 로보락이 기준 만들고 프리미엄 키웠다로봇청소기 시장은 2025년 들어 외형 성장 속도가 성숙 국면에 진입했다. 3분기 기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약 6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판매량 증가율은 완만해졌지만 평균 판매가격(ASP)은 오히려 상승했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이 흐름의 중심에는 로보락이 있다. 로보락을 필두로 에코백스·드리미 등 주요 브랜드들이 LiDAR 기반 맵핑에 카메라와 AI 비전 알고리즘을 결합한 장애물 인식 기술을 프리미엄 라인업 전반에 적용했다. 전선·슬리퍼·반려동물 배설물 등 생활 환경에서 자주 발생하는 장애물을 인식·회피하는 기능이 사실상 프리미엄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로보락이 자율운영 완성도를 가장 빠르게 끌어올리며 시장의 기준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지통 자동 비움, 물걸레 세척·건조, 급수·배수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멀티 도킹 시스템을 앞세워 사용자의 개입을 최소화했고, 앱 기반 루틴 설정과 자동화 기능으로 ‘청소를 시키는 기기’에서 ‘집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인식을 전환시켰다는 분석이다. -
- ▲ 코웨이 아이콘 미니 얼음 정수기 ⓒ코웨이
◆ 정수기, 성능·관리 다 잡아야정수기 시장에서는 렌털 모델의 고급화 흐름이 이어졌다. 소비자 선택 기준은 정수 성능을 넘어 위생 관리와 유지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는지로 이동했다. 방문 케어, 필터 교체, 살균·세척 등 관리 서비스가 렌털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으면서, 운영 체계를 갖춘 기업이 실적을 주도했다.코웨이는 올 들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얼음정수기 시장 확장에 나섰다. 얼음 생성 속도와 위생 관리 기능을 강화한 신형 모델을 앞세워 프리미엄 수요를 흡수했고, 기존 렌털 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통해 정수기 교체 수요까지 함께 끌어올렸다. 신규 가입자 확대와 기존 고객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코웨이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2544억원, 영업이익 24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0%, 17.4%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누적 매출은 3조6882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6970억원이다. SK매직과 쿠쿠홈시스도 프리미엄 직수형 정수기와 위생 기능 강화를 앞세워 추격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정수기 경쟁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렌털 생애주기 관리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
- ▲ 쿠쿠 에코웨일 음식물처리기 (위), 미닉스 더 플랜더 맥스(아래) ⓒ쿠쿠, 미닉스
◆ 음식물처리기, ‘선택 가전’에서 ‘생활 필수’로음식물처리기는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진 품목이다. 국내 시장은 2023년 1850억원에서 2024년 3300억원으로 약 78% 성장한 이후, 2025년에도 확대 흐름이 지속됐다. 맞벌이·1인 가구 증가로 음식물 배출의 번거로움과 위생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층이 빠르게 넓어졌다.시장에서는 앳홈의 미닉스과 쿠쿠가 대표 주자로 거론된다. 기술 경쟁의 초점은 처리 방식 자체보다 생활 적합성이다. 악취 저감, 소음, 전력 소모, 잔여물 관리, 소모품 비용 등 이 구매 판단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업계에서는 음식물처리기를 ‘있으면 편한 가전’을 넘어 생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준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뷰티 디바이스, 에이피알 선두… 앳홈 ‘톰(THOME)’로 저변 확대뷰티 디바이스는 생활가전 소비가 자기관리 영역으로 확장된 대표 사례다. 에이피알(APR)은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859억원, 영업이익 9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22%, 영업이익은 250% 이상 증가했다. ‘메디큐브 AGE-R’ 라인업을 중심으로 LED 광치료, 고주파(RF), 미세전류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 국내외에서 판매를 늘린 결과다.선두 기업이 시장을 키운 가운데, 앳홈도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톰(THOME)’을 앞세워 신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생활가전에서 확보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홈 에스테틱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이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후발 업체들이 기능 특화와 가격대 세분화를 통해 수요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올해 생활가전 시장은 가격 경쟁이 아니라 사용자의 시간을 얼마나 줄여주느냐가 실적을 갈랐다”며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린 것도 기능 자체보다 자동화와 관리 수준에서 체감 차이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는 “로봇청소기와 정수기, 뷰티 디바이스 전반에서 제품 교체와 업그레이드 수요가 확인된 만큼, 이 흐름은 단기 반등이 아니라 소비 기준 변화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