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38조원 … 올해 50조원 '눈앞'IFRS17 완충장치였지만 … 신계약 늘수록 부담 가중당국 연내 제도 손질 예고 … 배당 정상화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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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이어지면서 보험업계의 배당 여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장 보험사 가운데 배당을 실시한 곳은 삼성생명·화재, DB손해보험 등 일부에 그쳤고, 올해 역시 다수 보험사의 배당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 여부가 향후 배당 정상화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사 전체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는 38조3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5조8000억원이 추가로 쌓였고, 연말에는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계약자가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환급금을 대비해 적립하는 법정 준비금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부채가 시가로 평가되면서 회계상 이익잉여금이 늘어났지만 배당 등으로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관련 제도가 규정됐다.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이익잉여금 내 별도 항목으로 적립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환급준비금이 실제로 배당이나 투자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보험사의 배당 여력을 직접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장 보험사 11곳 가운데 배당을 실시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4곳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코리안리는 재보험사로, 일반 생·손보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1년부터 실시했던 배당을 23년 만에 중단했고,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도 지난해부터 배당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역시 삼성생명·화재, DB손보를 제외한 대부분 보험사가 배당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은 신계약 확대 과정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 부채로 분류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이 큰 신계약을 많이 판매할수록, 해약환급금 대비 보험부채 부족분이 확대되면서 준비금 적립 속도도 빨라지는 구조다.

    이에 업계는 IFRS17 도입 취지에 맞춰 2023년 이후 체결된 신계약에 대해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미 두 차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완화했다. 2023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원가부채와 시가부채 차액 전부를 적립하도록 했으나, 이후 지급여력제도(K-ICS·킥스)비율에 따라 적립률을 조정했다.

    2024년 말에는 킥스 비율 200% 이상 보험사는 80%, 150~200%는 90%만 적립하도록 완화했고, 이후 다시 기준을 손질해 킥스 170% 이상은 80%, 130~170%는 90%를 적립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개선을 목표로 여러 가지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앞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월 보험사 CEO(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의 합리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신계약 CSM 늘어날수록 환급금 적립 속도가 높다"며 "연내 제도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