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 부회장, K-방산 선봉장으로 떠올라조현민 ㈜한진 사장, '넥스트 커머스' 화두 제시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적극적인 글로벌 행보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그룹지분 확보로 책임경영
  • 산업계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오너가(家) 3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입지를 확대하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부터 ㈜한화 지분을 증여받으며 경영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김 부회장에게 ㈜한화 지분 4.86%,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에게 각각 3.23%를 증여했다. 최근 김 사장과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매각했지만 김 부회장은 지분을 유지한 것도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영역을 넓히는 한편, 2022년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 부문 대표로 선임된 이후 K-방산을 주도하는 주요 인사로 떠올랐다. 

    김 부회장은 올해 10월 말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 행사에 참여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4대그룹 총수 등과 함께 재계를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게다가 방산 외교에 동행하면서 K-방산에서 핵심적인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10월 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폴란드-루마니아-노르웨이 방산 일정에 동행했다. 

    한화에어로가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시점에서 김 부회장은 일리에 볼로잔 루마니아 총리 등을 만나는 등 중요한 방산 일정을 소화했다. 

    재계에서는 한화그룹이 K-방산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데다가 미국과의 마스가(MASGA) 협력, 핵잠수함 프로젝트 등을 거론하면서 김 부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인지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현민 ㈜한진 사장도 서서히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성사를 계기로 재계에서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조 사장도 택배, 물류업계 관련한 경영 화두를 던지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조 사장은 2023년부터 ‘섹시한 물류’, ‘비전 2025’를 내세우면서 해외 이커머스 확대를 적극 추진했다. 실제로 미국과 멕시코 등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을 하고 있다.  

    조 사장은 최근 열린 언박싱데이에서 브랜드와 인플루언서, 물류를 하나로 연결하는 ‘넥스트 커머스’를 강조했다. 조 사장이 경영 비전을 경영 성과로 입증한다면 승계 명분이 축적될 것으로 재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 ▲ 오른쪽부터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칼레니우스 벤츠그룹 이사회 의장 겸 CEO ⓒHS효성
    ▲ 오른쪽부터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칼레니우스 벤츠그룹 이사회 의장 겸 CEO ⓒHS효성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지난해 7월, HS효성 출범을 계기로 홀로서기에 나서고 있다. 당초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을 떠나 새 출발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계열분리 후 HS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HS효성의 연착륙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조 부회장은 특히 지난 10월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기업인자문회의(ABAC) 의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활발한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ABAC 의장으로 만장일치 선임된 후 올해 1월 1차 회의(호주), 4월 2차 회의(캐나다), 7월 3차 회의(베트남)을 진행했다. 

    지난달 13일에는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그룹 이사회 의장 겸 CEO와 만나 미래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앞서 올해 2월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대미(對美)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에 참여해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조 부회장은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와 만나 기업 투자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도 올해 들어 행보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1일 APEC ABAC 의장 자격으로 APEC 정상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정상들에게 정책권고안을 전달했다. 

    당초 이 부회장은 ABAC의 5개 워킹그룹 중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의장을 담당했다. 다만 조 부회장이 당시 경영 일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면서 이 부회장이 ABAC 의장을 대행하게 됐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지분 0.01%, 코오롱글로벌 지분 0.05%를 취득했다. 이 부회장이 코오롱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코오롱그룹 측은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2023년 연말 그룹 부회장 겸 지주사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에 선임됐다. 이번 지분 매입 등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오너家 1세, 2세 시대가 지나가면서 재계 리더들도 세대교체되고 있다”면서 “3세, 4세들이 점차 전면에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경영 능력 입증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