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총사업비 2조2920억원 책정현대로템·KAI·대한항공 기술개발 나서2032년 달 착륙선 발사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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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로템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조감도 ⓒ현대로템
우주항공청이 차세대발사체 개발 방향을 메탄 추진제 기반 재사용 체계로 전환하면서 현대로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등 방산·항공 기업들이 발사체 핵심 기술 확보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총사업비 2조2920억원 규모의 메탄 기반 재사용발사체 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2032년 달 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우주청은 지난 22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차세대발사체 조기 재사용화 전환을 골자로 한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결과가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이에 따라 차세대발사체는 메탄 추진제 기반 재사용발사체로 개발되며, 총사업비는 기존 계획 대비 2788억5000만원 증액된 2조2920억9000만원으로 확정됐다. 증액된 예산의 대부분은 메탄 추진제 기반 시험설비 구축과 재사용 핵심 기술 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이번 사업 변경은 발사체 설계와 개발 구조 전반을 재편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차세대발사체 개발 계획은 1단과 2단에 각각 케로신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2종을 병행 개발하는 방식이었지만, 재사용을 전제로 할 경우 엔진 종류가 늘어날수록 개발·시험·운용 과정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우주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80톤급 메탄 추진제 엔진 1종을 개발해 1단과 2단에 공통 적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엔진 체계를 단일화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시험 데이터 축적과 신뢰성 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재사용을 전제로 한 설계를 통해 장기적인 운용 비용 절감 효과도 동시에 노린다.메탄엔진은 재사용 발사체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케로신 대비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을음이 적어 엔진 내부 오염이 줄고, 발사 후 회수·재점검 과정에서 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반복 점화와 재사용이 전제되는 발사체 구조에서 연소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우주청의 선택은 글로벌 우주산업의 기술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우주기업들은 차세대 발사체에 메탄엔진을 적용하며 재사용 체계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누리호를 통해 1회용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한국 역시 재사용과 메탄엔진을 동시에 고려한 전략적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정책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산업계의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로템은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의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 과제는 메탄엔진 설계와 연소기 개발 등 35톤급 추진력을 내는 재사용 발사체용 메탄엔진 핵심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사업 총괄은 현대로템이 맡았으며, 대한항공은 메탄엔진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터보펌프 개발을 담당한다. 터보펌프는 액체 메탄과 산화제를 고압·고속으로 압축해 연소기로 공급하는 장치로, 극저온 추진제와 고온 가스를 동시에 견뎌야 해 기술 난도가 높은 핵심 구성품으로 꼽힌다.KAI는 이 과제에서 1개 세부 과제에 참여해 메탄엔진을 활용한 재사용 우주발사체의 임무 궤도 설계, 체계 성능 분석, 시장 분석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 등 발사체 개념 연구를 수행한다. 엔진 자체 개발보다는 발사체 체계와 운용 관점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업계 관계자는 “누리호가 발사 성공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사업이었다면, 차세대발사체는 재사용을 전제로 한 반복 운용과 비용 구조까지 함께 설계하는 단계”라며 “메탄엔진을 둘러싼 이번 정책 전환은 국내 우주산업이 본격적인 ‘운용 경쟁’ 국면으로 넘어가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