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기준으로도 임금 수준 20% 이상 높아2011년 이후 한·일·한·대만 격차 지속 확대제조업 임금, 일본보다 27.8%·대만보다 25.9% 상회
  • ▲ 엔화. 출처=로이터ⓒ연합뉴스
    ▲ 엔화.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우리나라 임금 수준이 일본과 대만을 크게 웃돌며 핵심 경쟁 산업인 제조업에서도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임금 상승 속도가 생산성 개선을 앞지르면서 기업 경쟁력과 고용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한·일·대만 임금 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임금이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평가환율 기준으로도 일본과 대만보다 약 20%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대만보다 25.9%, 일본보다 27.8% 높아 글로벌 경쟁 산업에서의 비용 부담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상용근로자 연 임금총액은 6만5267달러로, 일본(5만2782달러)보다 23.7% 높았다. 2011년에는 한·일 양국 임금이 각각 3만9702달러와 3만9329달러로 유사했으나, 이후 우리나라 임금은 64.4% 인상된 반면 일본은 34.2% 인상에 그치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부문의 격차가 특히 컸다. 우리나라 대기업 임금은 9만6258달러로 일본 대기업(6만574달러)보다 58.9% 높았다. 중소기업 임금 역시 우리나라가 5만5138달러로 일본(4만5218달러)보다 21.9% 높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대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업종별 비교에서도 우리나라 임금 우위가 뚜렷했다. 비교 가능한 11개 업종 중 10개 업종에서 우리나라 임금이 일본보다 높았으며, 금융·보험업, 전문·과학·기술업, 제조업에서 격차가 컸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업과 교육서비스업은 일본과 유사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만 놓고 보면 양국 간 역전 현상이 더욱 두드려졌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이 3만6897달러로 일본(3만9114달러)보다 낮았으나, 2024년에는 6만7491달러로 일본(5만2802달러)을 27.8%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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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영자총협회
    대만과의 비교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2024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연 임금총액은 6만2305달러로 대만(5만3605달러)보다 16.2% 높았다. 2011년에는 격차가 5.1%에 불과했으나 이후 우리나라 임금 상승률이 70.8%로 대만(54.4%)을 크게 웃돌며 차이가 확대됐다.

    제조업에서는 우리나라 임금이 7만2623달러로 대만(5만7664달러)보다 25.9% 높았다. 2011년에도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이 대만보다 21.2% 높았으나, 이후 격차가 추가로 벌어진 셈이다.

    경총은 이 같은 임금 격차 확대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고임금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만큼, 생산성 제고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우리 기업의 인건비 압박이 상당한 상황에서 법적 정년 연장 같이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고용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들은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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