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인하 기대 누그러져 … 한은 “지표 따라 단계적 판단”물가 2% 목표 근접해도 환율·집값 불안 땐 금리 유지 가능성외환시장·가계부채·부동산 변수 … 내년 금통위 결정 더 까다로워진다통화정책 ‘속도보다 조건’ … 시장엔 신호, 인하 시점은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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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 운용 방향을 두고 ‘선제적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금리 조정이 자동으로 이어지는 완화 사이클이 아닌, 물가·성장·환율·부동산 등 주요 지표가 움직이는 대로 시차를 둔 판단을 하겠다는 메시지다. 시장에 깔린 조기 인하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통화정책 스탠스를 다시 단단히 조정한 셈이다.한은은 25일 발표한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2%)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환율 상승·내수 회복 등으로 상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에 맞춰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흘렀지만, 한은 판단은 달랐다. 물가가 내려도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나 수요 회복 속도에 따라 억제적 정책을 더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성장률 전망은 다소 개선됐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회복과 수출 개선에 힘입어 성장세가 잠재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봤지만, 세계 통상환경·재정 여건 등 외생 리스크를 여전히 경계했다.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흐름을 ‘경계 지표’로 명시하며 내년 금통위 판단에 직접 반영하겠다고 했다.외환시장 관리도 통화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하고, 정부와 함께 구조적 외환 수급 개선 방안도 추진한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역외 원화 규제 개선 등 외국인 접근성 확대 조치도 병행하기로 했다. 최근 고환율이 물가를 자극하는 채널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환정책과 금리정책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대내 유동성 공급 장치도 정비된다. 비은행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모의 RP매입 등 비상 유동성 훈련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신용공급을 지원하는 신규 대출 연계 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기관 대출채권을 담보로 유동성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긴급 여신 제도 역시 내년 1월부터 가동된다.정책 소통 방식도 조정된다. 한은은 금통위원 발언과 대외 행사를 확대하고, 기존 ‘3개월 조건부 전망’에서 더 나아가 ‘1년 점도표(금리 경로 시각화)’ 도입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에서 정책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디지털 금융 인프라 역시 속도를 낸다. 내년에는 CBDC 실거래 검증을 확대하는 ‘프로젝트 한강’ 2차 실험을 시행하고, 예금 토큰 기반 결제 시스템 구축도 함께 추진한다.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마련, 가상자산 모니터링 강화도 포함됐다.시장에서는 한은의 내년도 통화정책은 ‘속도보다 조건’으로 보고 있다. 물가가 목표 근방에 머물러도 환율·집값·수요·금융시장 변동이 남아 있다면 당장의 금리 인하는 없다는 것. 인하 시점은 미정이며, 데이터에 따라 천천히 갈 것으로 관측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