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주도 장세 속 은행주는 상대적 소외 원달러 하락에 외화부채 손실 축소 기대감환율 안정 지속되면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
  • ▲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려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은행주에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환율로 인한 위험가중자산(RWA) 확대와 배당 여력의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압력이 다소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주 KRX 은행지수는 0.04% 하락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3.95%를 크게 밑돌았다. 최근 3주 동안 은행주는 코스피 대비 초과하락과 초과상승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뚜렷한 신규 악재는 없었지만, 과징금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스피 상승이 IT 업종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은행주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고 분석한다. 다만 은행주 전반이 하락세로 전환됐다기보다는, 시장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모습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 가운데 iM금융과 JB금융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흐름을 보였다. iM금융과 JB금융은 각각 4.14%, 3.22% 상승하며 주간 상승률 상위권에 올랐다. 두 종목은 과징금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말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였다. 특히 JB금융은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며, iM금융은 OK저축은행 지분 매각이 지난 19일 마무리되면서 단기 오버행 부담이 해소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환율 변수는 은행주 투자 판단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환율 안정을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응이 이어지면서 지난 24일 이후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도 환율은 전일 대비 0.44% 하락하며 1436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다만 환율 하락 국면에서도 은행주 주가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이번 환율 하락을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는 시장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추세적인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여전히 우세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환율 하락 자체는 은행주에 분명히 우호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연말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압력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와 함께 해외 지분법 주식에서 발생하는 외화환산손실 규모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4분기 순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수출 금융과 해외거래 지원을 위해 외화를 조달해 영업하기 때문에 외화자산보다 외화 부채가 더 많다. 이 때문에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늘어나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는데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일시적이나마 이런 부담을 던 것이다. 환율 하락으로 위험가중자산 비중이 줄고 CET1이 호전되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우너 여력도 커진다.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어느 수준까지 하향 안정화될지가 관건이지만, 우려보다는 외화환산손실 발생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며 "최근 2주 동안 국채금리도 고점 대비 하락하면서 유가증권 관련 손익에 대한 부담도 다소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추가 충당금 적립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 등을 고려하더라도 4분기 순이익이 예년 대비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기적으로 규제와 과징금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배당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방어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 연구원은 "4분기 들어 규제 노이즈와 과징금 이슈가 부각되고 있지만, 은행주는 배당 매력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고 하방 리스크가 크지 않다"며 "비중 확대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원·달러 환율 안정 흐름이 연말에 그치지 않고 1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투자 매력은 한층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하나금융에 대해 3분기 CET1 비율 하락으로 경쟁사 대비 부담이 확대됐고, 환율 상승 국면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됐으나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KB금융은 3분기 실적을 통해 펀더멘털이 재확인됐으며, 홍콩 ELS 및 은행 LTV 담합 의혹 관련 우려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