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네릭 약가 53.55%→40% 인하 개편안 추진업계 "매출 1조2000억원 증발 … 영업이익 반토막"R&D 기반 생태계 무너져 … 구조조정 압박 강화고환율 추세 … "채산성 악화로 필수의약품 공급망 붕괴"
  • ▲ 약가 인하 등 제도 개편과 고환율로 시름앓는 제약업계 사람들 이미지. ⓒ챗GPT
    ▲ 약가 인하 등 제도 개편과 고환율로 시름앓는 제약업계 사람들 이미지. ⓒ챗GPT
    제약업계가 약가인하 개편안과 고환율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며 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 수준으로 낮추는 개편안을 추진함에 따라 업계는 R&D 투자 위축, 설비투자 감소, 고용 감축,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 등 '연쇄 충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 부담 경감 및 신약개발 투자 유인이라는 명분 아래 제네릭 약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경영 악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국내 제조시설을 보유한 제약사 5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에서도 이 같은 위기 상황이 수치로 확인됐다.

    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약가가 53.55%에서 40%로 인하될 경우 59개 기업의 연간 매출 손실 추정액은 총 1조2144억원, 기업당 평균 233억원에 달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매출 손실률은 10.5%로 가장 컸으며, 중견기업 6.8%, 대형기업 4.5% 순으로 집계돼 수익성이 낮은 제네릭 중심 소규모 기업일수록 직격탄을 맞는 것으로 분석됐다.

    약가 인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총 4866개이며 이 중 75%를 중견기업(3653개)이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CEO들은 기업당 영업이익이 평균 5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R&D와 설비투자도 동시에 위축될 전망이다. 설문 결과 연구개발비는 2024년 1조6880억원 대비 2026년까지 25.3% 줄어들어 약 4270억 원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설비투자도 2024년 6345억원에서 32%인 203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연구개발이 국내 제약산업의 핵심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R&D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로 성과를 낸만큼 투자 위축은 산업 생태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용 불안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59개 기업의 현재 총 인력 3만9170명 가운데 약가 인하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1691명(9.1%)의 감원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제약사가 이미 복지 축소 등 비용 절감에 나섰으며 구조조정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대형 제약사도 이러한데 소규모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가 현실화되면 더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환율까지 악재로 겹치고 있다. 올해 주간 종가 기준 연평균 원화 환율은 1422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1394.9원)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4년 기준 31.4%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대부분 중국, 인도 등에서 수입한다.

    업계는 "달러 결제로 원료를 사오는데 고환율에 약가 인하까지 겹치면 원가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 중단 품목이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약가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연구개발 투자 여력 위축과 고용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채산성이 낮은 필수의약품의 공급 불안으로 보건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 관세와 고환율 문제까지 겹치며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이고 거센 난관과 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대위는 "약가제도 개편안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제약산업계는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축소는 물론 고용 감축과 사업 차질 등 전방위적으로 직격탄을 맞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재검토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