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이달 코스닥에 2444억 투입 코스닥 활성화 발표 이후 일주일 새 1347억원 몰려올해 500~1000% 급등주에 연기금 자금 집중"노후자금은 안전이 최우선"…전문가 경고음과거 코스닥 정책도 '단기 급등 후 장기 부진'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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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맞춰 연기금이 코스닥 시장에 대거 투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연기금 매수가 단기간 급등한 일부 종목에 집중되면서, 변동성이 큰 코스닥 시장에 국민 노후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500%에서 1000%까지 폭등한 종목들이 연기금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점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약 2444억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 순매수 규모는 2500억원으로, 코스닥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최근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이 발표된 이후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규모는 급격히 늘었다. 연기금은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코스닥 시장에 1347억원을 투입했다.

    문제는 이 기간 연기금이 집중 매수한 종목들이 올해 들어 500%에서 1000%까지 급등한 주식이라는 점이다.

    이달 들어 연기금은 로보티즈를 475억원 순매수하며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올릭스(390억원), 디앤디파마텍(376억원), 에스엠(281억원), 알지노믹스(215억원), 에스티팜(183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연기금이 가장 많이 매수한 로보티즈는 올해 들어 1000% 넘게 오른 폭등주다. 이 종목은 올해 1330%까지 급등한 뒤 최근 들어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다. 올릭스 역시 올해 672%까지 올랐다가, 현재 500%대로 주춤한 흐름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올해 600% 이상 급등했고, 알지노믹스는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급등하며 '따따블(공모가의 4배)'을 기록했다. 연기금이 이 같은 폭등주를 매수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가 추진 중인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주요 연기금 자금을 코스닥 시장으로 유인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안정성이 최우선인 노후자금을 변동성이 극심한 코스닥 시장에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투자에 성공하면 정책 성과로 평가받겠지만, 실패할 경우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코스닥 폭등주 투자에 대해 경고음을 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연기금은 국민의 유일한 노후 대비 자산인 만큼 무엇보다 안전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올해 들어 주가가 1000% 이상 급등한 종목에 연기금이 들어가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자산 배분 구조의 불균형도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주식 시가총액 비중을 보면 미국이 약 60%인 반면 한국은 1.5%에 불과하다"며 "캐나다 연금은 전체 자산의 85%를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자국 주식 비중은 15%에 그치지만, 한국은 국내 비중이 너무 크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식자산 중 9월말 기준 해외주식은 약 509조원, 국내주식은 약 212조원 수준이다. 국내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차이로 장기 연평균 수익률도 캐나다는 11% 수준인 반면 한국은 5%에 머물고 있다"며 "글로벌 주식 비중에 맞춰 미국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해야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투자에 대해서는 보다 직설적인 평가를 내놨다. 김 교수는 "코스닥 시장은 지난해에만 63개 기업이 부도났을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며 "급등했던 종목은 언제든 급락할 수 있어 연기금이 투자하기에는 매우 위험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도 거래소 통합, 코넥스 시장 출범, 벤처펀드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이 추진됐지만, 결과는 대부분 '단기 급등 후 장기 부진'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2005년 노무현 정부의 '벤처 활성화 정책'과 2017~2018년 문재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역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회의론이 여전히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