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구두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중반까지환율 안정에 '국민 노후자금' 활용 … 근본 대책 아냐본격적으로 돈 푸는 李정부, 내년 예산 728조원 편성2030년 국가부채 64.3% … "확장 재정 위험, 중단해야"
  • ▲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최근 대내외 복합문제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원달러를 비롯한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제2의 외환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환율 상승의 원인은 수백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재정운용일 것이다.

    이론적으로 통화량이 늘어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진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반대로 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줄면 달러화 유입이 그만큼 적어지니 환율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고환율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최근 이른바 서학개미의 투자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에게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같은 날 '국내투자·외환안정 세제지원 방안' 발표에 앞서 한국은행은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두 개입에도 나섰다.  

    정부와 한은의 긴급대책으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80원대 중반에서 1440원대 후반까지 내려왔지만, 중장기적으로 효력이 있는 처방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 84% 확률로 우상향 추세에 있는 만큼 내년에는 1550원을 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책이 환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5년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약 45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주식 규모는 이미 600조원을 넘어섰다. 서학개미가 환율 상승의 주범이 아니라는 의미다.

    또 환율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 외환 보유액 부족인데 한국은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를 미국에 직접 투자하기로 했고, 미국 조선업 부양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도 15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외화 부족에 대규모 유출까지 동시에 발생할 예정인 만큼 외환보유고를 두 배가량 확충하지 않으면 구조적인 원화 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단 얘기다.

    앞서 정부는 국민 노후 자산에 손댄다는 비판까지 무릅쓰고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수출 대기업의 달러 매도를 유도하며 시장 개입에 나섰다. 증권사의 해외주식 마케팅을 문제 삼고 연간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에 야당에선 정부가 환율 방어에 국민 노후자금을 활용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법 개정까지 추진하며 국민연금을 경제정책에 활용할 경우 연금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고환율을 억제하기 위해 내린 처방은 본질에서 벗어났거나 부작용을 낳는 단기 대책에 불과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고환율을 억제하고 한국 경제 모멘텀을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돈풀기 정책'부터 중단해야 한다. 현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과 소비 진작 정책이 잇따르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급격히 늘었고, 이 같은 통화 팽창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확장재정이 환율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채 발행에 거리낌 없는 현 정부의 기조가 시장에서 선반영 돼 환율을 높이게 될 수 있단 얘기다. 내년 중순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생 쿠폰을 발행하거나, 정부와 지자체에서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을 시도한다는 사실은 일반 국민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확장재정은 환율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근본적인 우리 경제의 건전성마저 해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확정한 2026년 예산안은 728조원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54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취임 직후 내수의 마중물 역할을 위해 13조원을 들여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 차례 실시했으나, 그 효과가 얼마 가지 못했다는 것은 국가데이터처 통계로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이는 반쯤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되며 '포퓰리즘'이란 오명이 씌워진 사이에 적자 국채는 더 발행됐고, 국가 부채는 현재진행형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53.4% 수준인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부채(D2 기준)비율은 2030년 10.9%포인트(p) 늘어난 64.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기축통화국 중에서 한국의 국가 빚이 느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얘기다. 

    김대종 교수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 없이 확장 기조만 이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며 "선심성 지출보다는 경제 성장이라는 확실한 목표와 함께 선별적이고 효율적인 지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