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금 108% 폭증 … 4년 만에 2배 껑충개인도 예비금 52.8% 급증, 60·70대·자영업자 중심현금지출은 급감 … 소액결제 중심으로 축소현금 없는 사회엔 ‘반대’ 우세, 사용권 보장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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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고금리·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기업과 개인 모두 ‘현금 보유’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 현금 보유 규모는 최근 4년간 두 배 이상 늘며 사실상 비상자금 비축 시대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투자보다 유동성 확보를 우선하는 방어적 자금 운용이 확산된 셈이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현황 종합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현금 보유액은 977만 8000원으로 2021년(469만 5000원) 대비 108.3% 증가했다. 1000만원 이상 현금을 쌓아둔 기업 비중도 6.4%→12.8%로 두 배 확대됐다. 한은은 “경영환경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안전자산 확보 목적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매출 개선에 따른 유입 확대도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현금 보유도 같은 기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1인당 평균 현금 보유액은 64만 4000원으로 50% 가까이 늘었고, 일상 결제용 거래 현금은 10만 3000원(25.6%↑)으로 나타났다. 예비용 현금은 54만 1000원으로 52.8% 증가했으며, 특히 70대 이상(59만 9000원)·50대(59만 1000원)에서 평균보다 높았다. 직군별로는 자영업자의 현금 보유가 상대적으로 많아 단독 자영업 66만 3000원·고용 자영업 65만 3000원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현금 보유는 늘고 사용은 줄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0만 6000원→32만 4000원(-36%), 전체 지출에서 현금 비중은 21.6%→17.4%(-4.2%p)로 축소됐다. 소액 결제 중심으로 현금 활용이 바뀌며 30만원 미만 결제가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기업도 동일 패턴을 보였다. 기업의 월평균 현금지출은 911만 7000원→112만 7000원(-87.6%)으로 급감했다. 현금지출 비중은 1.9% 수준에 불과하며, 500만원 미만 결제가 97.3%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현금지출이 470만원→220만원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10~50인 사업체는 1920만원→80만원(-95.8%)으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했다. 개인 45.8%·기업 29%가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현금사용 선택권 보장 필요성에는 59.1%가 찬성했다. 최근 1년간 현금지급 거부 경험률은 6.9% → 5.9%로 소폭 줄었다.

    한은은 “현금수요는 경제 불확실성·금리·물가 등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비상자금 성격의 현금 보유 확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