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대신 플랫폼 이용권 중심 … 총액은 크지만 체감 효용 낮다 지적정부 조사·책임 규명 앞두고 선제 대응 … 여론 관리 카드 해석도김범석 청문회 불참 논란까지 겹쳐 … 실행·투명성 여부가 신뢰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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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약 한 달 만에 공식 사과에 나서고 1조70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까지 발표하며 수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유출 통지를 받은 고객 3370만명 전원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상 방식이 생색내기 보상에 그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 보상액 숫자는 크지만 … "체감은 낮다"·"시장점유율 확대 꼼수"

    쿠팡이 29일 발표한 1조685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을 살펴보면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을 대상으로 내년 1월15일부터 1인당 5만원 상당의 이용권을 제공한다.

    대상에는 와우회원뿐 아니라 일반 회원과 통지 이후 탈퇴 고객까지 포함되며 ▲로켓배송·마켓플레이스 5000원권 ▲쿠팡이츠 5000원권 ▲쿠팡트래블 2만원권 ▲명품 플랫폼 알럭스(ALUX) 2만원권 등 4종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현금 지급이 아닌 자사 플랫폼 사용을 전제로 한 이용권 패키지라는 점이다. 서비스별로 쿠폰이 분산돼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항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실생활과 바로 연결되는 보상은 1만원 수준에 그친 반면 나머지 금액은 여행·명품 등 고가 카테고리에 묶여 있다는 점에서 총액 대비 체감 효용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쿠팡이 밝힌 1조6850억원 역시 모든 고객이 쿠폰을 100% 사용할 경우에만 가능한 최대치라는 점에서 실질적 손해배상보다는 내부 소비와 신사업 유입을 유도하려는 조치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특히 정부 조사와 책임 규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선제적 보상 발표가 여론 관리 성격이 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쿠팡이 1인당 5만원,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 지급 방식은 실질적 보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 달 요금 절반을 면제한 SK텔레콤의 보상안보다 후퇴한 조치일 뿐 아니라 오히려 매출을 높이기 위한 꼼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고객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매출 확대용 장치일 뿐 현금이나 동일 가치의 현금성 보상이 아닌 이상 피해회복이 아니라 강제 소비에 불과하다"며 "특히 쿠팡트래블·알럭스 등 부수 사업에 각각 2만원씩을 배정한 것은 해당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을 늘리려는 상업적 의도가 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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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사과는 했지만 … 청문회는 불참

    그럼에도 김 의장이 국회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진정성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는 전날 첫 공식 사과문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과 국민께 큰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렸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책임 규명과 사실 확인이 이뤄질 연석 청문회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과와 보상 발표를 도의적 책임 이행보다는 정치·규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나온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정부와의 갈등으로 확전된 가운데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 동생 김유석 부사장에 대한 청문회 출석 요구, 공정위 동일인(총수) 지정 가능성, 퇴직금 미지급 특검 부담까지 겹치며 전방위 압박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쿠팡 청문회에는 과방위를 포함한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한다. 김 의장과 김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는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실질적 의사결정권자가 빠진 청문회가 자칫 맹탕 청문회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보상안을 발표하고 공식 사과까지 내놓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청문회 불참 논란까지 이어지는 현 국면에서 관건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라며 "약속한 대책이 실제로 얼마나 이행되고 또 얼마나 투명하게 검증되느냐가 향후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