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예금자보호 없어, 전액 증권사 신용에 노출최악 사태 염두에 둬야…중도해지시 원금도 사라져한국투자증권 0.6%, 미래에셋증권 0.2% 수수료안전한 중수익 아닌 장기 신용 베팅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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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시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최근 재테크 투자자들 사이에서 종합투자계좌(IMA)의 인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원금이 보장되면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지만,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 자체를 잃을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홍콩 ELS 사태나 리먼브러더스 파산처럼 '설마 망하겠느냐'는 전제가 무너질 경우, 원금 보장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최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처음 출시한 IMA 상품은 출시와 동시에 자금이 몰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가입하며 흥행을 독려한 점도 주목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에는 1조590억원, 미래에셋증권에는 950억원이 유입되며 단숨에 판매가 마감됐다. 고수익 상품에 목말랐던 투자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평가다.IMA는 증권사가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예탁받아 기업 대출, 회사채, 기업금융(IB) 자산 등에 투자한 뒤 운용 성과를 고객에게 돌려주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형식은 은행 예금과 유사하지만, 운용 방식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활용해 온 구조에 가깝다. 고객 자금을 통합 운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제도적으로 IMA는 '실적배당·원금지급 계좌'로 분류된다. 만기가 설정된 상품의 경우 운용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증권사가 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다만 중도 해지 시에는 원금 지급 의무가 없어 단기 자금 운용에는 적합하지 않다.IMA 제도는 2017년 국내 증권사에도 골드만삭스나 JP모건과 같은 투자은행 모델을 허용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 상품 출시까지는 약 8년이 걸렸다. 아무 증권사나 취급할 수 있는 상품도 아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갖추고 금융위원회로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받아야 한다. 현재 이 요건을 충족한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이 점만 보더라도 IMA는 단순한 리테일 금융상품이 아니라, 증권사의 자본력과 신용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라는 성격이 분명하다.IMA가 주목받는 핵심 이유는 '원금 지급 의무'다. 겉으로 보면 예금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수익 구조는 훨씬 공격적이다.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며, 상품 유형에 따라 목표 수익률은 연 4%대에서 최대 8%대까지 제시된다.문제는 이 '원금 보장'이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IMA는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은행 예금처럼 일정 금액까지 국가가 보호하는 구조가 아니라, 증권사의 신용을 전제로 한 상품이다. 극단적으로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 회수 자체를 장담할 수 없다. 원금이 보장된다는 말은 ‘증권사가 정상적으로 존속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을 때만 성립한다.일각에서는 "국내 대형 증권사가 망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늘 '설마'의 영역에서 사고가 발생해 왔다. 리먼브러더스는 한때 세계 최대 투자은행이었고, 홍콩 ELS 역시 안정적 상품으로 홍보됐지만 대규모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원금 보장형이라는 표현 자체가 투자자에게 과도한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만기 시점에 증권사의 운용 성과에 따라 1호 상품들이 제시한 기준 수익률 연 4%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증권사의 운용 능력뿐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운용에 실패하더라도 원금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별도의 운용 수수료는 차감된다. 연간 보수는 한국투자증권이 0.6%, 미래에셋증권이 0.2% 수준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해 기준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만기 시 온전한 1000만원이 아니라 약 10만원가량을 제하고 돌려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자도 얻지 못하고, 원금도 일부 깎인 셈이 돼 2년간 은행 예·적금에 넣었을 때보다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IMA는 구조적으로 장기 자금에 적합한 상품이다. 대부분 만기가 1년 이상이며, 투자형 상품은 3년에서 길게는 7년까지 설정된다. 중도 해지 시 수수료 부담도 따른다. 기준 수익률을 초과할 경우 두 자릿수에 달하는 성과보수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IMA는 '안전한 중수익 상품'이라기보다는 증권사의 운용 역량을 믿고 장기간 맡기는 상품에 가깝다.안정형 IMA는 고금리 채권형 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띨 수 있고, 투자형은 이름 그대로 모험자본 성격이 강하다. 주가지수나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ELB와 비교해도 구조적 우위가 명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그럼에도 IMA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금리는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커졌다. 투자자들은 '완전한 안전'도 '완전한 위험'도 아닌 중간 지대를 찾고 있다. 여기에 모험자본 확대라는 정책 기조까지 맞물리며 IMA는 대안 상품으로 부상했다.증권업계 관계자는 "IMA는 자금이 예금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업금융이나 회사채 등 보다 생산적인 영역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라며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투자은행처럼 다양한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원금 보장이라는 표현은 증권사가 정상적으로 존속한다는 전제가 깔린 개념인 만큼, 투자자들이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