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당 1.2만불 '사상 최고' … 현물이 선물보다 비싼 기현상 지속 공급 절벽에 제련수수료 '0달러' … 광산 폐쇄 vs AI 수요 폭발 "1.5만불까지 간다" … 금리 인하·달러 약세시 슈퍼사이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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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지난 3월 21일 파나마 도노소에 위치한 '코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 내부 모습ⓒAP뉴시스
경기 선행 지표로 통하는 구리(Copper)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원자재 시장의 '슈퍼사이클' 도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EV) 등 전방 산업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주요 광산의 폐쇄와 사고로 공급은 사실상 '절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톤당 1만 5000달러 돌파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30일 금융투자업계 및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기준 전기동(고순도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1만 2253.3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사상 처음으로 1만 2000달러 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상승 탄력이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이번 상승장의 가장 큰 특징은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야기한 가격 왜곡 현상이다. 통상적으로는 보관 비용 등이 포함된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콘탱고(Contango)'가 정상이지만, 현재 시장은 현물 가격이 선물보다 비싼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실제로 전기동 27개월물 선물 가격은 1만 1761.90달러로 현물보다 약 500달러나 낮게 거래되고 있다. 이는 당장 구리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현물에 막대한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는 방증이다.실물 경제에서의 공급 부족 신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19일 칠레의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는 중국 제련소들과의 내년도 제련·정제비용(TC/RC) 협상에서 톤당 '0달러'에 합의했다. 제련소들이 원재료인 구리 정광을 구하지 못해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고 제련을 해주겠다고 나설 만큼 원광 확보난이 심각하다는 의미다.공급망 붕괴는 예고된 악재였다. 2024년 파나마 코브레 광산 폐쇄에 이어 2025년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Grasberg) 광산 사고 등 초대형 악재가 겹치며 공급 전망치는 대폭 하향 조정됐다.반면 수요 측면에서는 '비전통적 수요'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구리 수요 2810만 톤 중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 수요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5만 톤에 달하며, 이는 2030년 1415만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증권가에서는 현재의 가격 상승세가 구조적인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장재혁 연구원은 "공급자 우위 시장을 뜻하는 제련비용 하락이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적은 없다"며 "현재의 1만~1만 2000달러 수준은 신규 공급을 유발하기 위한 '유인가격(Incentive Price)'으로서 강력한 하단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일각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본다. 씨티(Citi)그룹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가 맞물릴 경우 투자 자금이 공격적으로 유입되며 톤당 1만 50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