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상장 계열사 시총 연초 26.2조→74.5조 2.8배 증가코스피 시총 10위권 진입 … 포스코·카카오·셀트리온 제쳐에너지·로봇·반도체 등 3대 성장 핵심 동력 통한 체질 개선
  •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
    올해 들어 그룹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거나 100조 원에 근접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전기차·에너지·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성과가 시장 평가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다. 사업 추진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되며 그룹 간 격차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연초 대비 시총 증가율이 크게 나타난 그룹들을 중심으로 젊은 리더들이 어떤 전략과 의사결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두산그룹은 연초 26조 원 수준에 불과했던 그룹 시총이 불과 1년 만에 3배 가까이 올랐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주도로 에너지·전력과 로봇에 이어 반도체까지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구축하면서 그룹의 정체성을 전환하는 데 성공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두산그룹이 내년에도 반도체 역량 강화, 에너지 사업 수주 확대를 현실화하며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기존 중공업 중심의 사업에서 반도체, 에너지, 스마트 머신(피지컬 AI)을 3대 신사업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막힘없이 추진할 전망이다.
  • ▲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두산에너빌리티
    ▲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두산에너빌리티
    ◆ 1년 새 그룹 시총 184%↑ … 두산에너빌리티 1등 공신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종가 기준 두산 상장 계열사 7곳(유가증권시장 5곳·코스닥 2곳)의 시가총액 총합은 74조4573억 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26조1935억 원) 대비 184.3% 증가했다. 약 1년 만에 시가총액이 2.8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포스코, 카카오, 셀트리온 등을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10위권 내 새롭게 진입했다.

    두산그룹의 시총 상승을 이끄는 핵심은 단연 두산에너빌리티다. 원전·가스터빈·수소 등 미래 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이후 올해에만 주가가 4배 이상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에 도전하고 있다.

    전일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시가총액은 48조23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38위였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9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두산그룹 전체 시총의 64% 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부터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까지 전 라인업을 동시에 보유한 보기 드문 기업이다.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가스터빈·원전 등 발전 설비 수요가 확대, 두산에너빌리티가 이에 대한 막대한 수혜를 입었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가 사업 환경을 바꾸면서 그간 준비해 온 포트폴리오가 실적과 재무 개선 여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회성이 아닌 글로벌 전력 수요에 맞춰 수주도 증가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말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주 잔고가 약 20조 원으로 지난해 말 15조8000억원 대비 큰 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회사는 이달에만 최소 6조 원이 넘는 수주 성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 등 미국 등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었다.

    가장 큰 성과는 이달 체결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이다. 총계약 금액은 5조6400억 원 규모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 공급이 4조9289억 원, 터빈·발전기 공급이 7111억 원에 달한다. 

    이는 당초 대형 원전 주기기 수주 규모가 약 4조 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점을 고려했을 때 이를 크게 웃도는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이후 미국과 유럽, 중동 지역에서 추진될 대형 원전 프로젝트 계약 역시 이와 유사한 규모를 전망하고 있다.
  • ▲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 ⓒ두산로보틱스
    ▲ 두산로보틱스 이노베이션 센터. ⓒ두산로보틱스
    ◆ 에너지·로봇·반도체 '3대 성장축' 퍼즐 맞춘다

    두산그룹의 또 다른 축을 맡는 로봇 사업 역시 탄탄대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AI에 이어 로봇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목한 데 이어 한국 정부도 로봇 산업 육성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다.

    두산그룹의 두산로보틱스 역시 올해 40% 가까이 오르며 'K로봇 대표주'로 자리 잡았다. 국내 협동로봇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회사로, 올해 한국과 미국 정부의 로봇 산업 육성 정책이 작용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실제 미국 상무부는 최근 로봇 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로봇 산업과 관련한 행정명령 발령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도입 추진 가능성이 로봇 관련주의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기업들이 노동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로봇 도입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두산로보틱스는 특히 지난 9월 미국의 로봇 솔루션 SI 기업 '원엑시아(ONE XIA)'를 인수하면서 협동로봇 제조 중심의 구조를 솔루션 기반 사업으로 넓히고 있다. 제조, 물류, 포장 분야에서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하고 공급하는 데 특화된 해당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로봇 설치부터 운영까지 노하우를 흡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두산그룹의 기계 부문을 맡는 두산밥캣도 올해 북미 시장 판매 호조와 실적 개선으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이어가며 그룹 밸류에이션 상승에 이바지했다. 북미 주택·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로 그룹 전반의 건전성을 높이는 중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이 3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에너지·전력 ▲피지컬 AI 및 로봇 ▲반도체 등을 통해 그룹의 정체성을 '중후장대'에서 '미래산업'으로 대전환하는 데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족한 반도체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될 경우, 두산은 3대 성장 축을 갖춘 첨단산업 그룹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실제 두산은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반도체 사업 확대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이달 18일 두산그룹은 세계 5위 웨이퍼 생산 기업인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반도체 사업 밸류체인을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은 글로벌 과점 구조 속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라며 "인수 완료 시 두산의 지분가치 및 포트폴리오 질적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