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인수자 선정 … 생산설비 확충·포트폴리오 본격 다변화안산공장 캐파 한계 돌파 … 품절-위탁생산 부담 완화 기대감세파 항생제-주사제 시설 확보 … 제조기반 확장 카드 가능성완전자본잠식 기업 인수 부담 … 잠재 부채-정상화 비용은 변수
  • ▲ 부광약품. ⓒ연합뉴스
    ▲ 부광약품. ⓒ연합뉴스
    부광약품이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를 확정 지으면서 생산능력 확충과 제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 국내 상위 20권 제약사 도약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이번 인수가 단순 외형 확대를 넘어 제조 인프라를 단숨에 보강하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다만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회생기업을 떠안는 만큼 인수 이후 재무 부담과 돌발 변수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지난해 말 한국유니온제약 인수를 위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공개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부광약품은 한국유니온제약의 생산시설과 일부 제조기반을 활용해 자체 생산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설비다. 부광약품은 그동안 안산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을 이어왔지만, 공간적 한계가 뚜렷했다. 1985년 완공된 기존 공장은 증축이나 대규모 리모델링 여력이 제한적이었고, 이로 인해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실제 안산공장은 이미 사실상 한계 수준까지 가동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파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일부 핵심 품목에서는 품절이 반복됐고, 외부 위탁생산 의존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제 '씬지로이드', 간 경변 치료제 '레가론캡슐' 등 주요 제품에서 품절 이슈가 발생한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부광약품 입장에서는 공장을 새로 짓는 대신 이미 GMP 허가를 받은 설비를 확보하는 편이 훨씬 빠르다. 신규 공장 건설은 부지 확보부터 설계, 시공, 밸리데이션, GMP 승인까지 통상 2년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한국유니온제약 문막2공장은 이미 허가를 마친 시설인 만큼 인수 완료 후 상대적으로 빠른 생산 전환이 가능하다.

    문막2공장의 규모도 적지 않다. 주사제 2개 라인과 고형제 1개 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문막1·2공장을 모두 활용하면 전체 생산능력은 2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부광약품은 이번 인수로 전체 의약품 생산능력이 약 3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미는 단순한 캐파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외부에 맡겼던 위탁생산 물량을 자사 생산으로 돌릴 경우 제조원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생산능력 부족으로 인한 외주비 부담이 줄어들면 매출 확대보다 먼저 손익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광약품은 특히 자사 매출의 75~80%가 오리지널 제품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캐파 확대의 전략적 의미를 크게 보고 있다. 제품력이 있는 품목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인수는 성장 여력을 막아온 병목을 제거하는 작업에 가깝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변화가 기대된다. 부광약품은 그동안 내용고형제 중심의 제조기반을 구축해 왔다. 반면 한국유니온제약은 주사제와 항생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인수가 완료되면 부광약품은 기존 생산영역을 넘어 항생제와 주사제 등으로 제조기반을 넓힐 수 있게 된다.

    특히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전용시설 확보는 주목할 대목이다. 세팔로스포린계 분말주사제는 교차오염 방지 차원에서 별도 전용시설이 요구되는 품목이다. 이런 설비를 갖춘 국내 업체는 많지 않다. 부광약품이 이 생산기반을 확보할 경우 단순 자가 생산을 넘어 위·수탁사업 기회까지 노려볼 수 있다.

    주사제 생산 확대도 실익이 있다. 바이알 충전·포장설비를 활용하면 제형과 포장 단위 다변화가 가능해진다. 이는 품목 전략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특정 품목의 생산을 통합해 설비가동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인수는 부광약품이 내세운 '2030년 톱20 제약사' 목표와 직결된다. 매출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제조 인프라를 보강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생산 병목 해소, 품절 리스크 완화, 위탁생산 축소, 제형 다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면 중장기 경쟁력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 한국유니온제약. ⓒ한국유니온제약
    ▲ 한국유니온제약. ⓒ한국유니온제약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유니온제약은 회생기업이다. 상장 이후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무리한 사업 확장, 투자유치 실패가 겹치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무너졌다.

    서울회생법원 조사보고서를 보면 한국유니온제약은 공장 이전과 백신공장 신축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일정 지연과 수익성 부진이 겹쳤다. 여기에 기존 제약 본업과 거리가 있는 화장품·생수 등 신규사업까지 병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영업현장도 흔들렸다. 외주영업 수수료를 수개월 지급하지 못하면서 영업망이 약화했고, 원재료 및 상품 대금 결제가 지연되며 제품공급 차질까지 발생했다. 매출 부진이 다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평가다.

    재무 상황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결 부채총계는 매출액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를 기록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유동비율도 수년째 하락해 50% 아래로 내려왔고, 현금성 자산 역시 크게 줄었다.

    이런 기업을 인수할 경우 표면상 인수자금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회생기업 특성상 소송, 채무 관계, 잠재 부채, 추가 설비보완비용 등이 뒤따를 수 있다. 인수 후 공장 정상화, 조직 재편, 영업망 정비까지 병행되면 현금 유출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부광약품 입장에서도 부담은 무시하기 어렵다. 앞서 제조시설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이미 공격적 투자를 이어온 상황이다. 여기에 회생기업 정상화 비용까지 겹칠 경우 단기적으로는 재무지표에 부담이 반영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인수 이후 통합 전략이다. 단순히 공장을 확보하는 수준에서 끝나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문막공장을 얼마나 빠르게 부광약품 생산체계에 편입시키고, 품절 문제 해소와 위탁생산 축소, 고정비 절감으로 연결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공격적이지만 계산된 베팅'으로 본다. 생산설비만 놓고 보면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회생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은 만큼 인수 이후 숨어 있던 리스크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광약품은 인수 후 면밀한 실사를 거쳐 정상화 전략을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번 거래가 성공하려면 제조 인프라 확충 효과가 재무 부담을 상쇄할 정도로 빠르게 가시화돼야 한다.

    결국 이번 인수는 부광약품의 '톱20' 전략을 앞당길 기회이자 동시에 재무 체력을 시험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생산 캐파 확대라는 확실한 카드와 부실기업 인수라는 부담이 맞물린 만큼 이번 딜의 평가는 인수 완료보다 이후 정상화 성과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