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8일 연속 급등 … 장중 1470원 돌파고환율 방어 여력 시험대, 1500원 경계감 재부상
-
- ▲ ⓒ뉴데일리DB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60원선을 넘어서며 외환시장에 ‘1500원 진입’에 대한 경계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총력 대응에 나섰던 외환시장 안정 조치의 약효가 소진되면서, 환율 레벨 자체가 다시 위쪽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외환보유액 소진 부담에 더해 대미(對美) 투자 집행까지 겹치며 한국의 외화 방어 여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8원 오른 1468.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3.7원 오른 1461.3원에 개장한 뒤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한때 1470원을 돌파했다. 주간 거래 기준으로 환율이 1460원을 웃돈 것은 연말 종가 관리를 위해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던 지난해 12월 24일 이후 처음이다.최근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 흐름이 재차 강화된 데다 엔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난 영향이 크다.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도 전반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점도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 환율이 8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시장에서는 단기 조정 기대보다 상방 리스크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정책당국은 지난해 12월 환율 급등 국면에서 스와프 연장, 외환건전성 부담금 완화, 세제 인센티브까지 총동원하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대응 직후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30원 가까이 급락하는 등 단기 효과는 분명했다.다만 안정 조치가 이어졌음에도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단기적인 급등은 완화됐지만, 환율 수준 자체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환율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이미 상당 폭 소진되고 있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80억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6억 달러 감소했다. 12월 기준 감소 폭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7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시장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도 외환시장 개입이 적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3분기에만 환율 안정을 위해 17억45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9월 이후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뒤 연말까지 고환율 흐름이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 개입 규모 역시 그에 맞먹거나 더 컸을 가능성도 거론된다.실제로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2원으로, 한국은행이 환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고환율이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 달러 스와프 역시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한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경우 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매입하지 않는 대신 외환보유액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한도는 최대 650억 달러에 이른다.외환보유액 여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구조적으로 빠져나갈 달러도 대기하고 있다. 한·미 간 합의에 따라 연간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해당 자금은 외화 운용 수익 등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의 완충 기능이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시장에서는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질 경우 자칫 역사상 세 번째 ‘환율 1500원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당국의 개입 여력과 글로벌 달러 흐름 사이에서 환율의 향방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지난해 말 당국의 개입은 환율 급등 속도를 늦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외환보유액 부담과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겹치는 상황에서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에 고착될 경우, 1500원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