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 2020년 이후 제기한 소송 12건 중 10건 무효·정정국내 업체 "시장 진입 발목잡기" … 정부는 현금성 지원 뿌려삼성·SK도 특허 소송에 골머리 … 미국 NPE 표적 우려 커져
-
- ▲ ⓒ챗GPT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의 특허소송 공세와 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의 ‘특허괴물’식 소송이 맞물리며 K-반도체가 특허 리스크의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중견·중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글로벌 장비사의 특허침해금지소송에 대응하느라 비용 부담과 생산 차질을 호소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NPE 관련 소송이 이어지며 방어비용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소송 당사 글로벌 기업이 국내 R&D 센터 설립 과정에서 정부의 현금성 지원을 받은 정황까지 제기되면서 산업정책의 정합성을 둘러싼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14일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반도체 식각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언급된 램리서치는 2020년 이후 국내 반도체 부품·장비 기업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소송 12건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들은 승소하더라도 대응 과정에서 비용, 기업가치 하락, 생산활동 위축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소송의 파장은 공급망 하단에서 먼저 나타났다. 월덱스·원세미콘·씨엠티엑스 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핵심 고객사로 두고 식각 공정에 필요한 실리콘·쿼츠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구 의원실은 이들 기업이 특허침해 경고와 손해배상 청구에 맞서 특허무효 소송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특허의 유효성 자체가 흔들리는 사례가 반복된다는 점도 쟁점이다. 구 의원실은 키프리스와 특허심판원 심판 결과를 확인한 결과, 12건 중 10건에서 램리서치 특허가 무효가 되거나 정정이 인정됐다고 밝혔다. 국내 업계는 “글로벌 기업이 특허를 무기화해 국내 중소 소부장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전형적 발목잡기”라는 취지로 반발했다.그런데도 지원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 의원실에 따르면 램리서치는 2022년 경기도 용인 R&D 센터 설립 과정에서 정부의 현금성 지원을 받았고, 경기도의회에서 ‘외국인직접투자 현금지원계약’이 논의·의결됐다. 지원 규모는 비공개다.정부의 특허분쟁 대응 지원도 ‘규모의 게임’ 앞에서 한계가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식재산처의 ‘특허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은 연간 최대 2억원 한도에서 총비용의 70%(중소), 50%(중견)를 지원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대형 로펌을 동원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승소하더라도 손실을 메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한다.대기업이라고 사정이 낫지 않다. 2025년1월 중국계 NPE 어드밴스드 메모리 테크놀로지(AMT)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1월에도 미국계 NPE 모노리식3D로부터 특허침해로 피소됐다.삼성전자는 특허관련법인인 넷리스트 관련 소송에서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총 4억2115만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다. 넷리스트는 2021년 SK하이닉스와 4000만달러 규모 합의를 끌어낸 바 있다.업계가 경계하는 대목은 미국의 특허정책 변화다. 미국은 2011년 도입한 특허무효심판(IPR)을 통해 무분별한 특허 소송을 억제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IPR 개시 요건이 엄격해지며 실효성이 약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PR 개시 거절률이 종전 30% 수준에서 2025년 9월 신임 특허청장 취임 이후 90% 수준으로 급등하기도 했다.결국 ‘특허전쟁’은 비용 증가를 넘어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체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구자근 의원은 “정부는 불필요한 소송 남발 방지 대책과 기업 간 상생방안 마련에 앞장서야 한다”며 “반도체 호황 국면에서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통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