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한국 원화 환율의 하락을 경계하는 '구두 개입'에 나섰다. 1500원을 향해 가파르게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베선트 장관의 전격 개입에 급락세를 연출하며 전날 서울 외환 시장 종가보다 10원 넘게 급락하며 1,464원까지 다시 떨어졌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베선트 장관이 지난 12일 워싱턴 D.C.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최근 원화 가치 하락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 자리에서 "(과도한) 원화 약세가 한국의 견고한 펀더멘털(경제 체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외환 시장에서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한국의 강력한 경제 성과가 한국을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적인 파트너로 만든다"고 부연했다.
미국의 재무 장관이나 정책 당국자들이 그동안 한국의 환율에 대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에 대해 개입하거나 '관찰 대상국(워치 리스트)'에 올리는 일은 있어도, 이와 같이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나서는 일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지속적인 환시 개입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미국이 '지원'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양국의 경제 정책 책임자가 회동 이틀 만에 이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사전 교감 아래 이뤄졌을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통화 약세가 3500억달러, 연간 최대 200억 달러의 대미(對美) 투자 약속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 부담을 가졌을 법하다.
베선트 장관의 말이 나온 뒤 뉴욕 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1,462원까지 수직 낙하하며 14원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환율은 야간장에서 이후 서울 외환 시장 종가 대비 9.7원 내린 1,464원에 거래를 마치며 10거래일 만에 하락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