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은행 중심 컨소시엄 가닥기업계 카드사, 결제·정산 인프라 역할에 국한은행계 카드사, 발행 주체 은행과 결합 시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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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윤곽이 드러나면서 카드업계의 위상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발행과 준비금 운용 등 핵심 권한을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 쥐는 구조로 가닥이 잡히자, 카드사들이 결제망 제공과 유통 역할에 머무는 '코인 시대의 VAN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지주 계열과 달리 자체 은행이 없는 기업계 카드사들은 제도 설계 단계부터 '존재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안정성을 이유로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한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우선 허용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 중심 구조를 유지하고, 이후 핀테크 등으로 발행 주체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이 같은 구조에서는 카드사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차지할 수 있는 역할이 결제망 제공과 유통에 사실상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행과 함께 준비금 운용, 수탁, 정산 구조 설계 등 핵심 영역은 은행이 주도하는 반면, 카드사는 기존 가맹점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제 인프라 제공자로 머무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카드업계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NH농협 등 9개 카드사가 모두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2차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약 두 달간 운영되는 이번 TF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카드 결제망에 탑재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체크카드 결제부터 가맹점 대금 정산까지 이어지는 결제 프로세스 구축을 집중 논의하고 있다. 해외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상용화한 비자·마스터카드 사례를 참고해,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는 모델을 검토하는 것이 골자다.카드업계가 이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카드 결제 구조를 우회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카드사나 PG, VAN을 거치지 않고도 결제와 정산이 가능해, 상용화될 경우 카드사의 수수료 기반 수익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결제망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결제·정산 인프라 제공자로서라도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다만 발행에 직접 참여하지 못할 경우, 이런 전략 역시 역할과 수익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카드업계 내부적으로도 은행지주 계열과 기업계 카드사 간 온도 차는 뚜렷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은행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그룹 차원에서 은행과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결제·자산·플랫폼 전략을 연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반면 삼성·현대·롯데 등 자체 은행이 없는 기업계 카드사들은 발행 주체 참여를 위해 은행과의 제휴나 별도 컨소시엄 참여가 불가피해, 협상력과 비용 부담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은행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컴소시엄 구성을 겨냥한 기술·사업 준비에 속도를 내며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KB국민카드는 기존 카드 결제 인프라에 블록체인 기반 전자지갑 주소를 연동해 디지털자산과 신용카드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이브리드 결제'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기업계 카드사들 사이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아직 등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출원 단계임에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을 두고, "기술 선점이라기보다 은행 중심으로 짜이는 스테이블코인 판에서 내부자 자리를 확보하려는 포지셔닝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을 둘러싼 카드업계 내부의 이해관계와 위상 인식이 이미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