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투자 늘리고도… 이익 증가 속도 더 빨라초고압 변압기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영향
  • 효성중공업이 설비 투자와 해외 생산거점 확장 속에서도 자본 효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 확대 국면에서 통상 희석되기 쉬운 수익성 지표가 오히려 개선되며, 성장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ROCE(투하자본수익률)는 최근 3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효성중공업의 ROCE는 최근 12개월 기준 약 15~16% 수준으로 추정된다. 3년 전 5% 안팎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ROCE는 기업이 사업에 투입한 자본으로 얼마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영업이익을 분자로, 자산에서 유동부채를 차감한 투하자본을 분모로 삼는다. 설비·재고·운전자본 등 실제 사업에 묶인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외형 성장 국면의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생산 설비와 사업 기반을 확충하며 투하자본을 늘렸지만 영업이익 증가 속도가 이를 웃돌면서 자본 대비 수익 창출력이 빠르게 강화됐다는 의미다.

    특히 설비 투자와 생산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기에는 ROCE의 방향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자본 증가 속도보다 영업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빠를 경우 ROCE는 상승한다. 이는 투자할수록 수익 창출력이 강화되는 구조에 진입했음을 뜻한다. 반대로 매출과 자산이 늘어도 ROCE가 하락하면, 외형 성장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효성중공업의 최근 실적 흐름은 전자에 가깝다. 회사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1400억원대에서 2023년 2500억원대, 2024년 3600억원 안팎으로 늘었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조5000억원대에서 4조9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와 함께 초고압 변압기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자산 규모도 빠르게 불어났다. 효성중공업의 연결 자산총계는 2022년 4조6000억원대에서 2024년 6조원대를 넘어섰다. 생산 설비와 재고, 매출채권 증가가 반영된 결과다. 일반적으로 이런 국면에서는 수익성 지표가 희석되기 쉽지만, 효성중공업은 ROCE가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해외 투자자 시각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 분석 플랫폼들은 효성중공업의 ROCE가 동종 전력기기 업종 평균을 웃돈다고 평가하며, 최근 수년간 자본 확대와 ROCE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점을 주목하고 있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이 개선되는 구조는 중장기 성장 기업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다만 단기 리스크 요인도 함께 거론된다. 효성중공업은 유동부채 비중이 높은 편이다. 수주 확대 국면에서 운전자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금리와 원자재 가격, 프로젝트 납기 변수에 따라 단기 현금흐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OCE 개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관리와 함께 재무 구조 안정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ROCE 개선 흐름은 특정 업종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외형 성장이나 이익 규모보다,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지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들이 ROE 10%를 핵심 경영 목표로 내세운 배경 역시 자본비용을 웃도는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시장 요구와 맞닿아 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제조업과 금융업 모두에서 기업가치 평가의 중심축이 ‘얼마를 버느냐’에서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전력기기 업황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효성중공업의 ROCE 상승은 단기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비 투자와 생산 확대가 이어지는 국면에서도 자본 효율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기기 업종에서는 수주 확대만으로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설비 투자 이후에도 ROCE가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기업은 가격 결정력과 제품 믹스 측면에서 이미 차별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