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시총 3조 2500억 달러, 독일(3조 2200억 달러) 추월 대만 이어 톱10, AI·방산·전동화 '3대 메가트렌드' 올라타 獨 GDP 韓의 2.5배, 전통산업 편중으로 증시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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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숫자라 불리던 '오천피(코스피 5000)'와 '천스닥(코스닥 1000)'이 현실이 됐다.  단순히 지수 앞자리가 바뀐 것을 넘어, 한국 증시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을 시가총액으로 누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주춤하는 사이, AI(인공지능)와 방산 등 미래 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한 한국 증시가 구조적 승리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 '슈퍼사이클' 올라탄 韓, '라인강의 기적' 넘어섰다

    28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3조 2500억 달러를 기록하며 3조 2200억 달러에 그친 독일을 넘어섰다. 이로써 한국은 대만에 이어 세계 증시 시총 순위 10위 자리를 꿰찼다. 

    시장의 환호성은 지수로 증명됐다. 전날(2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5.26포인트(2.73%) 급등한 5084.85로 마감하며 사상 최초 5000시대를 열었고, 코스닥 역시 1082.59(1.71% 상승)로 장을 마치며 쌍끌이 랠리를 펼쳤다. 

    한국 증시의 덩치는 지난 1년 새 급격히 불어났다. 작년 1월 이후 시총 증가분만 약 1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코스피가 76%라는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23% 추가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간 덕분이다. 반면 독일 DAX 지수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부양책의 불확실성 탓에 올해 1.6% 상승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 승패 가른 키워드: 'AI·방산' vs '전통 제조'

    전문가들은 이번 시총 역전 현상을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닌 '산업 포트폴리오의 승리'로 해석한다.

    글로벌 투자사 임팩트풀 파트너스의 키스 보르톨루치는 한국 시장을 "2020년대 핵심 메가트렌드인 AI, 전동화, 방산의 병목 지점에 동시에 위치한 유일한 시장"이라고 치켜세웠다. 과거 글로벌 무역 경기에 따라 출렁이던 '대리 변수' 취급을 받던 한국이 이제는 구조적 성장을 주도하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반면 독일은 자동차와 화학 등 전통적인 중후장대 산업의 침체가 길어지며 증시 발목을 잡았다. 블룸버그 역시 "한국 증시는 기술주 비중이 40%에 달하는 반면, 독일 DAX는 여전히 구경제 산업재 비중이 높다"며 기술주 중심의 시장 재편이 성과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 GDP는 2.5배 차이인데 … "韓 증시, 아직도 싸다"

    흥미로운 점은 실물 경제 규모와 주식 시장의 괴리다. 세계은행 기준 2024년 독일의 GDP(국내총생산)는 약 4조 6900억 달러(세계 3위)로, 1조 8800억 달러(세계 12위)인 한국보다 2.5배나 크다.  경제 체급은 독일이 훨씬 크지만, 주식 시장의 역동성은 한국이 앞선 셈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 구조가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 특히 기술주 위주로 재편되어 있어 내수 부진과 별개로 증시가 달릴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라증권의 박정우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수출 기업 이익과 부진한 내수 수요 간의 구조적 분리"라고 설명했다. 

    증시가 5000선을 뚫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6배로, 독일(16.5배)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이익 성장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뜻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