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로 전환 … DRI·HBI 연 500만~1000만 톤 선점 경쟁CBAM 본격화에 유럽·일본 공공 분담, 한국 기업 자구책정부전략 부재 속 해외 생산거점 활용 우회전략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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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제철
    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 본격 부과 국면에 들어서며 국내 철강업계의 비용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탈탄소 전환의 핵심인 설비 전환과 원료 확보 부담을 나누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정부 전략이 흐릿해 기업들이 우회 해법으로 버티는 모양새다.

    3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유럽 주요 철강사들은 전기로 전환에 맞춰 직접환원철(DRI)과 고온브리켓철(HBI)을연간 최소 500만~1000만 톤 이상 규모로 확보·조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설비 전환과 연계한 자체 DRI 생산 계획과 함께 해외 프로젝트를 통한 HBI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이 병행되면서 환원철 공급망이 본격적으로 구축되는 단계라는 평가다.

    EU는 전기로·DRI 기반 철강 체계 전환을 공식 산업정책으로 설정하고, 국가보조금과 정책금융을 통해 설비 전환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이 같은 지원 아래 티센크루프는 1단계 실증사업에 약 3579억원, 아르셀로미탈은 설비 전환 패키지에 약 2조2270억원의 재정 지원을 받았다. 공공자금이 설비 전환 리스크를 흡수하면서, 유럽 철강사들은 전기로 전환 일정에 맞춰 원료에 대한 장기 오프테이크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일본은 정부가 자원외교와 정책금융을 통해 중동·브라질 등지에서 저탄소 원료인 DRI·HBI 원료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CBAM 시행 이후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인증·행정 비용만 연간 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규제 준수를 위한 비용만 반영한 수치로, 전기로·환원철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철강 탈탄소 전환을 둘러싼 원료 확보 전략과 재정 분담 로드맵을 정부 차원에서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유럽이 설비 전환 비용을 분담하고, 일본이 자원외교와 정책금융으로 소재 공급망을 지원하는 모습과 상반된다. 한국은 기업에 전환 비용과 규제 리스크를 사실상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철강사들은 각자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복합 공정을 과도기 해법으로 선택했다. 기존 고로 대비 약 20% 수준의 탄소 저감 효과를 내는 제품을 양산하고, 전기로 쇳물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포스코 역시 수소환원제철(HyREX)을 장기 기술 로드맵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현 단계에서는 기존 고로 체제를 유지한 채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하는 CCU를 통해 단기적인 탄소 감축과 비용 부담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한 대응 비용이 발생하면서 우회 전략이 오히려 합리적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CBAM은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탄소 기준을 바꾸는 제도인 만큼, 대응을 미루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두 회사 모두 미국 내 전기로 제철소 투자를 결정한 만큼, 향후 유럽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 전기로 생산 물량으로 대체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현대제철이 자동차강판 생산을 미국 전기로 제철소에서 추진하기로 한 점은 국내 생산 물량을 대체하는 우회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탈탄소 경쟁이 설비 경쟁을 넘어 원료 선점 경쟁까지 번지는 만큼 정부 차원의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