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건조·MRO는 기본값 … 경쟁국 軍운용 패키지 제안해병대 위상 강화에 해군 중심서 복잡한 운용 구조 변화설계·건조 강한 K-조선, 해군 운용 모델 표준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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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해군의 차기 호위함 경쟁에서 홍해 전장의 환경을 반영한 해군 중심 운용·훈련 패키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 제원 경쟁을 넘어 실전에서도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운용 체계 패키지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기존 미 해군 기반의 MMSC(투와이크급) 호위함 전력에 더해 차기 호위함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사업 규모를 6000톤급 이상 5~6척, 총사업비 약 7조~10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 

    홍해·아덴만 인접 해역에서 드론과 미사일 위협, GPS 재밍 등 비대칭 위협이 상시화되면서 장기 작전 지속 능력을 갖춘 수상함 전력이 필요해졌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홍해 전장이 고강도 전자전 환경으로 바뀌면서 통신 두절 상황에서도 지휘·항해·사격을 유지하는 절차와 이를 검증하는 훈련·시뮬레이션 체계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WDS 2026’에 참가해, 사우디 요구 조건을 반영한 6000톤급 수출용 호위함 모델과 IMI 현지 조선소 기반의 단계적 현지 건조·MRO 전략을 제시했다. 

    사우디가 ‘Vision 2030’ 기조 아래 방산 사업 전반에서 현지 건조와 산업 참여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HD현대중공업의 현지화 전략은 경쟁 요소로 평가된다.

    경쟁군으로 거론되는 조선사들은 프랑스의 네이발 그룹,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스페인의 나반티에 등 이다. 유럽 업체들은 함정 설계·건조에 더해 실제 해군 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한 훈련·군수 패키지 제안에 강점을 보여왔다.

    프랑스 해군의 경우 홍해 작전 경험 이후 승조원 훈련 방식을 대폭 강화했다. 소음·연막·드론 포화 상황과 장비 고장까지 반영해 스트레스를 극대화하는 훈련을 도입했고, 위성통신에 의존하지 않는 이른바 ‘Back to the 80s’ 훈련을 통해 관성항법과 별 관측 항법 등 통신 차단 상황을 가정한 대비를 강화해왔다.

    이러한 훈련은 운용 매뉴얼로 표준화돼 함정 도입 패키지에 포함된다. 해군이 실전에서 검증한 운용 절차는 조선사와 연계돼 교육 프로그램, 시뮬레이터 구성, 장기 군수·정비 계획과 함께 제안서에 반영되는 구조다.

    유럽 조선사들은 이러한 해군 운용 경험을 활용해 사우디와의 계약을 축적 해왔다. 나반티에는 사우디 해군이 운용 중인 코르벳함 공급 과정에서 전투체계 통합, 승조원 훈련과 군수 지원까지 수행했다. 네이발 그룹과 핀칸티에리 역시 중동 지역에서 장기 운용과 성능개량, 군수 지원까지 포함한 패키지 계약 경험을 쌓아왔다. 

    사우디는 이미 대형 수상함 도입 과정에서 조달·군수·훈련·인프라를 묶은 패키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패키지 레퍼런스가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도 중요한 비교 우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반면 한국은 통신 단절·전자전 환경을 전제로 한 해군 중심 운용 체계를 훈련·시뮬레이션까지 포함한 수출 패키지 형태로 제시한 전례가 확인되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함정 설계·건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당 함정을 어떤 지휘 체계 아래에서 어떤 절차와 훈련으로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모델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국은 최근 해병대 작전통제권 조정 등으로 군 운용 구조를 재편되는 과정에서 운용 체계를 수출용 모델로 정리·표준화하는 작업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일 운용 패키지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병대의 위상과 지휘 축을 격상시켜 해군 중심 운용 체계를 통합하기 보단 오히려 운용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