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1년치 물량 묶어서 협상 진행 중 조선 "중국산 후판 유입 … 가격 인상 명분 크지 않아"철강 "톤당 100달러 안팎 …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
  • ▲ 현대제철의 후판 제품. ⓒ현대제철
    ▲ 현대제철의 후판 제품. ⓒ현대제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조선용 후판 가격을 둘러싸고 줄다리기에 들어갔다. 반기마다 관례적으로 마무리되던 협상이 또다시 해를 넘긴 데 이어, 올해 상반기 협상까지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과 지난해 하반기 및 올해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통상 후판 가격은 상·하반기 두 차례에 나눠 조율되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하반기 협상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1년 치 물량을 묶어 협상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철판으로, 철강사 전체 매출의 약 15%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조선업계에서도 선박 건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가격 흐름을 보면 2023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한때 톤당 7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갔고, 지난해 상반기 협상에서 80만원대 중반 수준으로 소폭 반등한 바 있다.

    조선업계는 현 시점에서 추가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중국산 후판이 대체재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철광석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이전 고점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 가격 인상 명분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발주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원가 부담 확대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반면 철강업계는 현재 후판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철광석 가격이 다소 조정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톤당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고정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현 가격 구조로는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제철은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조선용 후판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인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이번 협상의 결과는 철강업계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미 납품된 물량에도 가격이 소급 적용될 수 있어서다. 다만 조선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만큼, 단기간 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을 두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협상에 올해 상반기까지 겹치면서 협상 구조 자체가 복잡해졌고, 타결 시점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