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6 N과 다른 길, 세팅 디테일로 완성한 고성능럭셔리한 디테일로 무미건조하지 않은 정제된 고성능의 맛
  • ▲ GV60 마그마.ⓒ현대차그룹
    ▲ GV60 마그마.ⓒ현대차그룹
    운전이 즐겁다는 감각, 핸들을 잡는 순간의 긴장과 기대는 독일차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현대차는 잘 만들었지만 설레지는 않는 차라는 편견. 그 편견에 'N브랜드의 아버지' 알버트 비어만은 고성능 DNA를 심었다. 현대차가 가성비를 넘어 '드라이빙 이모션'을 논할 수 있는 브랜드로 나아간 전환점이다. 

    GV60 마그마는 비어만의 유산에 전기차와 럭셔리를 얹었다. 이제 출력 경쟁의 시대는 지났다. 전동화 시대의 고성능은 완성도의 싸움이다. 출력과 열 관리, 전력 제어와 정숙성까지 모든 영역에서 세밀한 디테일을 요구한다. 비어만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든 만프레드 하러 사장의 '출사표' GV60 마그마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고성능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GV60 마그마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아이오닉 6N과의 대비다. GV60 마그마는 아이오닉 6N의 전동화 패키지를 제네시스 브랜드 철학에 맞게 재해석한 모델이다.'왜 굳이 제네시스여야 하냐'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그리고 제네시스는 이 물음에 '디테일로 완성하는 럭셔리'로 대답한다. 동일한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부품을 사용했지만 주행에서 체감되는 인상은 아이오닉 6N과 확연히 다르다. N의 거친 야성을 세팅과 제어로 다듬어은 '정제된 강함'을 보여준다. 출력과 가속 성능은 충분히 공격적이지만, 전달 방식은 훨씬 정제돼 있다. 힘을 드러내기보다 다듬고 자극을 강조하기보다 균형을 맞춘다. 
  • ▲ GV60 마그마.ⓒ현대차그룹
    ▲ GV60 마그마.ⓒ현대차그룹
    제네시스는 지난 11일 GV60 마그마 시승행사를 통해 두 가지 코스를 제시했다. 제네시스 수지에서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까지 이어지는 일반도로·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코스와 폭발적인 출력을 느낄 수 있는 드래그 레이스. 일상 주행과 한계 성능을 한 자리에서 동시에 검증할 수 있었다. 전날 내린 비로 노면이 얼어붙은 상황은 오히려 차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더 적절했다.

    GV60만의 디테일이 가장 먼저 와닿았던 부분은 구동 감각의 방향성이다. 차체가 앞에서 끌려 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뒤에서 노면을 밀어주듯 편안하게 속도를 쌓아 올린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붙일수록 급하게 튀어나오기보다, 차체가 먼저 자세를 잡고 그 위에서 힘이 전달된다. 후륜 위주 구동 배분과 고속 영역에서의 전력 제어가 만들어낸 감각이다. 

    스트로크 감쇠력을 구간별로 달리 설정한 서스펜션 세팅도 인상적이다. 울퉁불퉁한 노면의 잔진동을 부드럽게 걸러내고, 스트로크가 깊어질수록 차체의 움직임을 단단히 붙잡는다. 덕분에 가속·감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차체가 불필요하게 출렁이지 않고, 전기차에서 흔히 느껴지는 조수석 '울렁거림'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고성능을 강조하면서도 탑승자의 피로도를 함께 낮춘 디테일이 돋보이는 세팅으로 GV60 마그마가 지향하는 럭셔리 고성능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120km/h를 넘어선 고속 영역에서도 가속은 여전히 여유롭게 이어진다. 반면 조향 반응은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지 않았다. 노면의 정보는 또렷하게 전달되지만 계속 긴장하며 핸들을 꺾지 않아도 된다. 속도와 대비되는 안정된 차체와 스티어링이 인상적이다. 고성능이지만 운전자를 숨 가쁘게 몰아ㅡ붙이지 않는다. 빠르지만 여유있고, 편안하다. 

    내연기관의 리듬과 몰입감을 전달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 엔진 사운드를 끄자 '디테일로 완성하는 럭셔리함'이 깊게 와닿았다. 강화된 흡음재와 모터 소음 제어 시스템,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까지 더해지며 정숙성을 확실히 끌어올렸다. 고성능 타이어 특유의 소음도 느껴지지 않는다. 보통 소음·진동 성능을 강화하면 차체가 무거워져 둔탁함이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GV60 마그마에서는 그런 인상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드래그 레이스 코스에서는 부스트 모드와 15초 런치 컨트롤이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가속을 체감할 수 있었다. 출력의 질감은 아이오닉 6 N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150km/h를 넘어선 이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힘이 끊기기 쉬운 전기차들과 달리, 가속이 여전히 이어지며 차체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차가 먼저 자세를 잡고 힘을 전달해, 고속 영역에서도 여유 있는 대응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남겼다.
  • ▲ GV60 마그마 실내.ⓒ김서연 기자
    ▲ GV60 마그마 실내.ⓒ김서연 기자
    고성능 주행의 짜릿함을 마치고 조수석에 탑승하니 감각적인 실내 디테일들이 돋보였다. 정숙한 실내에서 울려퍼지는 뱅앤올룹슨의 오디오는 주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고급스러운 시트, 내장 디퓨저 등 동승자의 오감까지 만족시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지 있다. 달리는 순간과 머무는 순간 모두를 고려한 디테일이다. 

    GV60 마그마는 N 브랜드 EV처럼 날것의 성격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독일 프리미엄 EV처럼 지나치게 무미건조하지도 않다. 시승 전 품었던 ‘같은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라는 편견을 자연스럽게 허문다. 세팅과 제어, 정숙성과 감각의 균형으로 고성능의 결을 새롭게 정의했다. 나아가 숫자로 증명하는 성능을 넘어 운전자와 동승자의 경험까지 함께 설계한 '섹시하지만 정숙하고, 즐겁지만 편안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