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가입자 이탈·수익성 감소, 생태계 붕괴 직전 위기‘미디어발전위원회’ 설립 표류, 통합미디어법 제정 지연규제 완화, 방발기금 개편 규제 불균형 해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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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OTT가 모바일과 안방을 차지하면서 유료방송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규제 완화와 진흥 정책 시행이 지연되면서 OTT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방미통위가 발표한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OTT 이용률은 81.8%로 전년 대비 2.6%p 증가했다. 유료 OTT 이용률도 지난해 보다 5.6%p 늘어난 65.5%를 기록했다.

    반면 유료방송 가입률은 지난해 대비 0.5%p 줄어든 91.4%로 집계됐다. 2025년 상반기 총 가입자 수는 3622만여명으로, 지난해 하반기(3636만여명) 대비 13만8546명이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최초로 가입자 수가 줄어든 이후 하락폭이 더 커진 것.

    IPTV를 제외한 케이블TV(SO)와 위성방송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SO는 대부분 적자 상태를 기록 중이며, 평균 이익률은 –5.7%를 기록했다.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은 2028년까지 SO 가입자는 1% 이상 감소하고, 수신료 매출은 연평균 6.7%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유료방송 사업자를 비롯한 생태계 위기는 다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SO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 콘텐츠 대가산정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이 대표적이다. SO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마련한 콘텐츠 대가 산정기준안에 따라 감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PP는 협의없이 콘텐츠 사용대가를 감액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경영환경 악화와 수익성 감소로 다수 사업자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구조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자 약 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LG헬로비전은 경영진의 희망퇴직과 본사 사옥 이전 결정에 반발한 노조가 파업에 이르렀고, KT ENA도 3개 채널 분할 매각을 결정했다.

    유료방송 실적 하향세와 입지 약화는 OTT 서비스가 확산한 영향이 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고객 중 ‘OTT 이용’이 가장 큰 해지 사유로 꼽혔다. 지난해 TV를 통한 OTT 이용률은 36.4%로 전년 대비 12.6%p 증가하면서 유료방송의 주무대인 TV도 OTT에게 뺏기는 양상이다.

    PP는 생존을 위해 OTT 플랫폼에 콘텐츠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유료방송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송 직후 OTT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비율은 90% 이상이며, 플랫폼에 탑재되기까지 기간도 짧아지면서다. OTT 플랫폼과 유료방송 간 대체성을 증가시키며 시장 점유율 하락과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OTT가 범람하면서 유료방송은 시장을 빼앗기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조치는 묘연한 양상이다.

    정부 국정과제인 ‘미디어발전위원회(가칭)’ 설립은 6개월째 표류 중이다. 위원회 설치를 위한 일정과 위원 인선 절차를 비롯해 관계부처 간 역할 조정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주무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원구성이 미뤄지면서 정책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OTT와 유료방송 간 규제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통합미디어법 제정’ 구축에 의지를 드러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 국회에서는 통합미디어법 제정 방향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의견을 모으는 단계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방송산업 위기의 구조적 원인이 정책 분산에 있다고 보고 범부처 미디어 국가전략위원회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총리실 또는 대통령실과 연계해 미디어 정책 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이는 주무부처가 일원화된 유료방송과 다르게 부처간 칸막이가 존재하는 OTT 정책과도 연관된다. OTT는 방미통위 출범 때 일원화하자는 논의가 진행됐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방미통위로 소관 부처가 여전히 나눠진 양상이다. 과기정통부는 뉴미디어정책과와 OTT팀이 콘텐츠 진흥 업무를 담당 중이며, 방미통위와 문체부도 OTT 관련 협의체를 구성·운영 중이다.

    OTT와 유료방송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규제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유료방송은 승인·허가, 제작을 비롯해 편성과 광고·심의 등에서 다양한 규제를 적용받는 데 비해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 OTT는 관련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무관하게 방송매출액 기준으로 책정된 방송통신발전기금 체계 개편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통합 미디어법제 마련으로 규제 혁신과 신구 유형의 매체 간 비대칭적 규제 해소 등 법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담기관 일원화와 규제 혁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 직속 민관 합동 위원회를 빠른시일 내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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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