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WTI 배럴당 100달러 돌파…150달러 전망까지시멘트·철근 줄인상 우려…유가 10%↑·건설수익 30%↓건설사 회복세에 찬물…전쟁 한달이상 지속시 공기도 지연
  • ▲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정유시설이 요격된 드론 잔해로 인한 화재로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정유시설이 요격된 드론 잔해로 인한 화재로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건설업계에 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초고유가로 유연탄 등 원재료와 시멘트·철근 같은 자재값이 급등할 경우 공사 원가율 상승과 건설사 수익 감소, 신규 수주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해외 현장과 플랜트는 물론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도시정비사업, 공공공사도 자재값 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장기 불황을 겪어온 건설사들은 또 한번 오일쇼크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

    9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WTI는 전 거래일보다 18.98%, 17.25달러 상승한 배럴당 108.15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원유 가격이 100달러대를 뚫은 것은 2022년 7월 이후 4년 반만이다. 브렌트유도 전장 대비 10% 오르며 102.20달러를 찍었다.

    미국 원유 가격은 지난주에만 약 35% 수직 상승했다. 선물 거래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사망 후 이란 내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주축으로 한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는 까닭이다. 전 최고지도자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후계자로 선출된 것도 장기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고유가로 인한 국내 경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건설업계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에너지와 운송 비중이 높은 업종 특성상 유가 상승은 필연적으로 건설 자재값과 공사비 상승, 건설사 수익성 저하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와 제조공정에 소요되는 전기요금이 뛰고 이는 유연탄 가격 상승으로 직결된다. 유연탄은 시멘트 원가의 최대 40%를 차지하는 핵심 연료다. 통상 유연탄 가격이 10% 오르면 시멘트 생산원가는 약 3~4%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핵심 건설자재인 철근도 해상운임료와 중장비 가동비용 상승으로 인해 제조원가 및 판매가가 급등할 수 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 결과를 보면 유가가 60% 인상될 경우 일반 토목시설 공사비용은 3%, 건축물 생산비용은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산연이 발표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건설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보고서엔 유가가 10% 오르면 건설사 수익이 30%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실렸다.
  • ▲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정유시설이 요격된 드론 잔해로 인한 화재로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미약하게나마 나타났던 건설업계 회복세에도 다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건설사들은 2020년대 초반 저가 수주했던 공사현장이 하나둘 마무리되며 원가율 하락과 수익 개선 실마리를 잡았다.

    예컨대 지난해 4분기 기준 건설사별 추정실적을 보면 현대건설은 원가율이 92.2%로 1분기 94.6% 대비 2.4%포인트(p) 낮아졌다.

    통상 원가율 하락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연결기준 6530억원 규모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외 DL이앤씨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2.8%, GS건설은 53.1% 각각 뛰며 반등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자재값이 다시 뛰면 원가율 상승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게 업계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장을 대폭 늘렸던 건설사들은 러·우 전쟁 이후 때처럼 '원가율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쟁입찰 과정에서 저가로 수주한 사업장 경우 발주처·조합과의 공사비 증액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다.

    중견·지역 건설사들의 '동아줄'인 공공공사도 직격타가 예상된다. 공공공사는 사업성이 민간사업보다 낮은 데다 증액도 더욱 어려워 '역마진'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일단 현재로선 국제유가 인상 체감도는 덜하지만 전쟁이 한달이상 지속되거나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대까지 육박할 경우 건설사 주택·해외사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러·우 전쟁 이후 거의 4년여만에 건설경기가 회복되나 싶었는데 또 전쟁이라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중동 전쟁은 주요 산유국으로 확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국지전들과 양상이 다르다"며 "일시적으로 휴전하더라도 중동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폐쇄가 장기화되면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며 "석유화학 가동률 저하로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 건축 원가 상승뿐만 아니라 공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