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한 신약개발 R&D 조직 다시 일동제약으로 내재화약가 개편·중복상장 규제 속 독립 법인 유지 한계GLP-1 비만약 기술수출 위한 권리 일원화 해석 제기
  • ▲ 일동제약 본사. ⓒ일동제약
    ▲ 일동제약 본사. ⓒ일동제약
    일동제약이 신약 연구개발(R&D) 자회사 유노비아를 출범한 지 2년 반만에 다시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는 사업 경쟁력 강화와 약가 인하 등 제도 변화 대응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기술수출을 염두에 둔 구조 재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하기로 의결했다. 합병은 100% 자회사에 대한 무증자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진행되며 합병 비율은 1대 0이다. 

    주주 확정 기준일은 4월 30일, 합병 기일은 6월 16일이다. 이에 따라 2023년 11월 출범한 유노비아는 약 2년 7개월 만에 일동제약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유노비아는 일동제약이 연구개발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신약 R&D 전담 법인이다. 당시 회사는 R&D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투자 유치와 기술수출을 통해 독립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약 개발 이후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 전형적인 연구개발 플랫폼 법인이었다.

    출범 이후 일정 수준의 성과도 있었다.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파도프라잔'은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GLP-1RA 비만치료제(ID110521156)는 임상 1상 톱라인에서 체중 감량 데이터를 확인했다. 파도프라잔은 2024년 대원제약과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독립 법인으로서 자생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노비아는 출범 이후 매출이 30억원 수준에 그친 반면 순손실은 2년간 400억원을 넘어서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연구개발 중심 사업 특성상 대규모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구조에서 수익 창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독립 법인 유지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핵심 자산의 이동이다. 유노비아는 2025년 11월 파도프라잔 관련 자산과 권리 일체를 일동제약에 넘겼다. 이는 핵심 파이프라인을 본사 중심으로 재편한 조치로 해석된다. 회사 측은 상업화를 염두에 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분사 당시 기대했던 독립 R&D 법인 모델은 유지되지 못하고 연구개발 기능은 다시 일동제약 내부로 재통합되는 구조로 돌아간 셈이다.

    여기에 정부 정책 변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약가 제도 개편안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 약가 가산 혜택을 부여한다. 이에 R&D 자회사 분사 이후 낮아진 투자 비율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정부가 중복상장 금지 원칙을 강화하면서 자회사 상장을 통한 투자 회수 전략이 사실상 어려워진 점도 이번 흡수합병을 앞당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향후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등의 기술수출을 염두에 둔 사전 정리 작업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 과정에서는 자회사 구조보다 권리 관계가 명확한 단일 법인 체제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동제약은 이미 경구용 비만약 임상 1상에서 의미 있는 체중 감량과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회사는 임상 초기 단계부터 관심을 보인 기업들과 기술수출 등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 측은 이번 합병이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약 개발 특성상 외부 투자 유치를 고려하면 분사 구조가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본사 중심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