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경영일선서 후퇴 … 단일대표체제로 단순화7월 간암-9월 담관암 승인 앞두고 실행 중심 조직정비CB 발행-경영진 지분 매입 등 자금 확보-시장 신뢰 관리 병행 유동성 악화 속 재무구조 압박 심화 … 리스크 대응용 체제 정비
-
- ▲ 김홍철 HLB 대표이사가 그룹 IR데이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260402 ⓒHLB
HL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이벤트를 앞두고 조직과 자금, 신뢰 관리를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대표이사 단일화와 자금 조달, 경영진 지분 매입까지 동시에 진행하면서 전방위 대응이 이뤄지는 모습이다.다만 유동성 악화와 부채 확대가 겹치면서 재무 부담이 이미 구조적으로 가중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일련의 조치가 성장보다는 리스크 대응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변화의 본질이 '시간 확보'에 가깝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HLB는 대표이사체제를 진양곤-백윤기 각자 대표체제에서 김홍철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진양곤 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에만 집중하면서 경영구조가 '단일 실행체제'로 재편됐다.표면적으로는 책임경영 강화다. 김홍철 대표가 허가 대응과 상업화를 맡고 진양곤 회장은 그룹 전략과 글로벌 확장에 주력하는 구조다.그러나 이번 인사의 본질은 '단순화'다. 이원화된 경영체제를 단일 책임체제로 재편하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성격이 짙다.특히 이번 재편의 시점을 보면 목적이 분명해진다. HLB는 7월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 9월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승인 여부를 앞두고 있다. 두 파이프라인 모두 후기 단계에 진입한 만큼 조직을 실행 중심으로 재정렬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시장 초점도 이미 이동했다. 두 차례 보완요구서(CRL)를 겪은 이후 평가기준이 '데이터'에서 '실행력'으로 이동했다. 회사는 실패 원인이 임상 데이터가 아닌 병용약물의 제조·품질관리(CMC) 문제였다고 밝혔지만, 이제는 허가과정과 상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가 핵심변수로 자리 잡았다.실제 김 대표는 외부 전략형 인사가 아니라 내부 실행형 인사다. 앞서 2023년 인수한 HLB이노베이션의 초대 대표로서 조직정비와 경영효율화로 성장기반을 마련했으며 미국에서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인 자회사 '베리스모'를 적극 지원해 글로벌 R&D 성과 창출에 이바지한 바 있다.때문에 성장 서사를 확장하기보다는 승인 대응과 상업화 실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둔 선택으로 해석되는 것이다.재무구조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연결 기준 HLB의 유동비율은 35.7%까지 하락하면서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동자산은 감소(1242억원, -27.8%, 이하 전년대비 변동률)한 반면 유동부채는 급증(3476억원, +116%)하면서 단기지급능력이 급격히 약화했다.현금 및 현금성 자산 역시 3년 연속 감소해 40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차입금은 2652억원으로 증가(+84.5%)하면서 10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특히 차입구조의 변화가 뚜렷하다. 차입금의 절대 규모뿐만 아니라 의존도(53.6%, +31.6%p)까지 동시에 상승하면서 재무 레버리지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다.부채총계(4357억원, +85.1%)와 부채비율(88.1%, +52.0%p) 역시 동반상승했다. 외형 성장과는 별개로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모습이다. -
- ▲ HLB R&D센터. ⓒHLB
이 같은 흐름은 자금조달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HLB는 전날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하면서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섰다.앞서 2024년과 2025년에도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반복 발행하면서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단발성이 아닌 구조적 자금의존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420억원, +60.3%)와 함께 재무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기 때문이다.문제는 상환구조다. 대부분 사채에는 발행 18개월 이후 조기상환(풋옵션) 조건이 붙어있어 실제 상환시점은 명목 만기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차입 증가가 아니라 '상환 압박이 앞당겨진 부채'인 셈이다. 향후 투자심리 변화나 주가 흐름에 따라 상환요구가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전환가액 역시 변수다.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지분 희석, 하회할 경우에는 상환 부담이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다. 즉 주가에 따라 재무 리스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경영진의 지분 매입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주요 경영진이 잇따라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신뢰 회복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업가치에 대한 확신 신호로 해석되기보다는 투심 방어성격이 짙다는 것이 중론이다.수익성 측면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매출은 증가(841억원, +23.5%)하고 있지만, 영업이익(-1042억원)은 10년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순손실(-2354억원) 역시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영업활동 현금흐름 또한 최근 10년간 지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본업에서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빠져나가는 현금이 많은 상태에서 외부자금 의존만 늘어나는 구조다.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현재 차입구조는 시장성 자금 의존도가 높은 만큼 금리나 투심 변화에 따라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사채에 부여된 조기상환 옵션을 고려하면 명목 만기보다 실제 상환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어 단기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더군다나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차입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부담 요인"이라고 우려했다.때문에 업계에서는 현재 HLB가 '버티기 구간'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조직개편과 자금조달, 내부 매입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모두 리스크 대응 성격으로 읽힌다는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HLB는 기술력보다 실행력 검증단계에 들어섰다. 승인 여부보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핵심변수"라며 "대표 단일화 역시 성장 전략이기보다는 승인 이벤트를 앞둔 리스크 관리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HLB는 전형적인 '승인 결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구간(이벤트 드리븐)'에 있다"며 "지금은 기대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