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장 권한 비대화 우려와 개혁 열망 사이 '평행선'4800만원이던 농협회장 선거비용, 190억원으로 '껑충''조합원 자격' 요건 삭제해 "정치화 초래할 것" 반발 농축협 조합장들 비대위 꾸려 일방 개혁 추진 반대
  • ▲ 농협중앙회 전경.ⓒ농협중앙회
    ▲ 농협중앙회 전경.ⓒ농협중앙회
    농협 개혁을 위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찬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협동조합 자율성 침해 우려와 개혁 필요성 사이의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막대한 선거 비용 논란도 불거졌다. 특히 비조합원도 농협중앙회장 출마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정치권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은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반발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1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하면서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15일 농업계에 따르면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조합원 직선제로 중앙회정 선거제도 개편과 가칭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등이다. 

    정부는 2028년 3월 차기 회장 선거부터 기존 간선제를 폐지하고 조합원 직선제를 도입하는 '농협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그동안 1110명의 조합장이 투표해 온 간선제 방식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187만명의 조합원이 중앙회장 선거에 직접 참여하는 '조합원 직선제'가 도입된다. 

    조합원 직선제는 1961년 농협 출범 이후 첫 도입되는 제도로 그동안 간선제에서 반복돼 온 금권선거 관행을 끊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각에서는 직선제 도입이 중앙회장 권한을 더욱 강화해 '제왕적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전 조합원 직선제도는 조합원 주권 확립이라는 명분은 좋으나 정치적 개입 여지는 확대되고 이념과 진영의 논리, 지역주의 등 새로운 문제를 양상할 수 있으며 농업관련 단체들의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될 여지가 크다"며 "직선제 도입의 장점은 대표성 확보와 권한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있는데 전 조합원 직선제 도입을 하면서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를 논하는 것은 모순이며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선거 비용 문제도 주요 쟁점이다. 현행 조합장 방식의 중앙회장 선거 비용은 약 4800만원 수준이지만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면 170억~19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시조합장 선거와 함께 실시하면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농업계 안팎에선 농협법 개정안 시행으로 300억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작 농협 본연의 역할인 농업인 지원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독립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 신설 등을 두고도 농협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다. 일각에선 관치가 강화돼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은 기존 '조합원 자격' 요건을 삭제해 논란을 키웠다. 기존 농협법에서 규정한 '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하되 회원인 조합의 조합원이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을 삭제하고 '회장은 회원인 조합의 조합원이 직접 선출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 경우 농민조합원이 아닌 외부인사도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되면서, 정치권 인사 유입 등 이른바 '외부 개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최근 강원농축협 발전 협의회는 협동조합 가치 존중과 공론화 절차 보장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하고 "중앙회장 자격 요건 삭제와 직선제 도입은 지역 갈등과 권한 집중, 정치화를 초래해 농협을 정쟁의 도구로 만들 위험이 크다"고 성토했다. 

    전국 농축협 조합장들로 구성된 비대위를 역시 최근 농협법 개정안 관련 성명서와 건의문을 채택해고 ▲농식품부 감독권 확대 ▲과잉 입법에 따른 법적 정당성 및 실효성 부족 ▲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등을 농협법 개정안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비대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농민 자조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으며 농협을 사실상 정부 산하기관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며 농협 개혁의 일방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은 곧장 농민단체와의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전농 제주도연맹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에 반대하는 효돈과 대정, 하귀농협 조합장을 규탄하며 조합장실을 점거하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섰다. 전농은 "농민이 직접 감사위원장까지 뽑는 ‘1인 3표제’를 반드시 쟁취하여 농민 주권 시대를 열어낼 것"이라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해임·구속과 직선제 도입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에 나선 상태다. 

    이처럼 농협 개혁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추진 방식과 해법을 둘러싼 입장 차가 커 방법론에서는 농협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당분간 더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