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발행어음 인가 심사 중단 … 제재안 금융위 제출에 기류 급변메리츠증권은 증선위도 못 넘어 … BW 불공정 거래·미공개 정보 의혹 수사 부담발행어음 조달액 25% 모험자본 공급 의무 … 생산적 금융 확대와 내부통제 충돌
-
- ▲ ⓒ연합뉴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절차가 제재·사법 리스크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인가 심사가 중단됐고, 메리츠증권은 검찰 수사 여파로 증선위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발행어음과 IMA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 확대보다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신호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례회의에서 삼성증권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 중단안을 상정해 의결했다.당초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인가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여겨졌다. 지난달 8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증권 발행어음 사업 인가안을 심의했을 당시만 해도 최종 인가는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통상 증선위를 통과한 안건은 최종 의결기구인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도 무리 없이 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이후 제재 리스크가 구체화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금융감독원이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친 삼성증권 제재안을 금융위에 제출하면서다. 금감원 심사를 마친 제재안은 금융위에서 증선위, 안건심사소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삼성증권은 지난해 금감원으로부터 초고액자산가 거점점포 검사를 받은 뒤 일부 영업점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적발됐다. 그동안은 제재 수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맞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열어뒀다.그러나 제재안이 금융위로 넘어오면서 판단이 달라졌다. 기관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발행어음 인가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인가보다 제재 문제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것이다.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으로서는 제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기업금융을 먼저 독려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지만, 제재 일정이 더 구체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메리츠증권은 삼성증권보다 인가까지 갈 길이 더 멀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인가안은 금융위 정례회의 직전 관문인 증선위에도 아직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증선위에서 발행어음 인가안이 돌연 안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 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검찰은 메리츠금융지주가 2022년 11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하기 직전,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도 수사 중이다.다만 검찰 수사는 금융당국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사법절차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당국이 조건부 심사 방식으로 먼저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즉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만기 이하 상품이다. 발행 한도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다.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2028년까지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으로 의무 공급해야 한다. 정부가 강조해온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닿아 있는 제도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모험자본에 투입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정책 기조와의 엇박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인가를 보류한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내부통제 리스크를 엄중하게 들여다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발행어음 시장은 기존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이후 지난해 7월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5개사가 추가로 인가를 신청하면서 시장 확장 기대가 커졌다.신규 신청사 5곳 가운데 3곳은 이미 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만 금융당국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이다.한편 최근 발행어음과 IMA 인가를 새로 획득한 증권사 중 첫 상품 출시가 가장 빨랐던 건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12월17일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뒤 17영업일 만인 올 1월9일 첫 발행어음 상품을 출시했다. 이어서 키움증권(19영업일)과 한국투자증권(21영업일), 미래에셋증권(23영업일), 신한투자증권(38영업일) 순이다.2017년 발행어음 제도 출범에 이어 지난해부터 IMA가 출시되면서 증권가 자금 조달은 본격화했다. 발행어음은 2020년 말 15조6000억원에서 올 3월 말 기준 54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5년 사이 약 3.5배 불어난 셈이다. IMA도 지난해 말 1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2.8조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증권사 입장에서 자금 조달력을 키우고 기업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핵심 사업이지만, 인가 이후 시장 신뢰가 더 중요하다"며 "당국이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책 방향을 추진하더라도 불건전 영업행위나 불공정거래 의혹이 정리되지 않은 회사에 면허를 내주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