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위 30% 저신용자가 9만명 더 많아 … 일률 완화 시 '타기팅 오류' 대출 문턱 낮추기 벅찬 은행권 … '추정손실' 7년만에 최고 취약계층 보호 명분 타당하지만 '비용 전가' 발생할 수 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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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 연합뉴스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중·저신용자가 배제되는 은행권의 여신 관행을 지적하며 '포용금융' 확대를 강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은행권의 1분기 추정손실이 3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무리한 대출 완화가 결국 성실 상환자들에 대한 비용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금융은 도대체 누구를 지키고 있나. 우리는 무엇을 잣대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고 있나"라며 현행 신용평가 시스템의 문제점을 직격했다. 김 실장은 "왜 가장 여유 있는 사람은 가장 낮은 금리를 누리고 가장 절박한 사람은 가장 비싼 돈을 써야 하는가"라며 중저신용자의 금융시장 배제 문제를 제기했다.정부의 이번 압박은 '저신용자는 곧 저소득 취약계층'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가 가리키는 현실은 이와 차이가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소득 상위 30% 중 신용점수 664점 이하의 저신용자는 42만6000명에 달했다. 이는 소득 하위 30%에 속하는 저신용자(33만7000명)보다 8만9000명 더 많은 수치다. 반대로 소득 하위 30%이면서도 840점 이상을 유지하는 고신용자 역시 202만 명에 육박했다.자본시장에서 신용점수는 단순히 '버는 돈'의 크기가 아니라, '상환이라는 약속'을 얼마나 철저히 지키는지를 보여주는 신뢰의 지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입이 많아도 과소비나 연체를 일삼은 불성실 차주들까지 '절박한 차주'로 포장될 우려가 크다"며 "상환 이력이나 연체 기록 등에 대한 지표를 배제한다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 ▲ 4대 은행 본사 전경 ⓒ 연합뉴스
대출을 내줘야 할 은행권의 기초체력에는 이미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단순 평균치는 0.37%로, 전 분기(0.34%) 대비 0.03%포인트(p) 상승했다.사실상 받아낼 수 없는 돈을 의미하는 '추정손실'의 규모는 더욱 심각하다. 은행의 대출채권 5단계 건전성 분류 중 최하위 등급인 추정손실은 채무 상환 능력이 심각하게 훼손돼 회수가 불가능한 자산을 뜻한다. 1분기 말 기준 4대 금융그룹의 추정손실 규모는 총 2조99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무려 16.8%나 급증한 수치로, 석 달 만에 3조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인해 건전성 지표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대출 문턱을 더 낮출 경우 개별 금융사의 위기를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연일 여신 완화 기조 발언이 잇따르면서, 선거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저신용자로 전락한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 이후 누적된 사업 자금을 융통하느라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재정을 투입하는 직접 지원 방식 대신, 민간 은행의 대출 기준 하향을 통해 거대 유권자 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문제는 뒤이어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전가' 현상이다. 취약계층 보호라는 명분은 타당하지만, 은행은 늘어난 부실 위험을 메우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만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상 대출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비용은 전체 대출 금리 산정 등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우량차주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